오래된 낡은 구두의 "나의 하루"(1~5화) - (2화) 책상 밑의 비밀스러운 대화

안녕하세요? '독거놀인'입니다.

(2화) 책상 밑의 비밀스러운 대화: 진동 모드와 

냄새의 미학 (09:00 ~ 12:00)


"부장님의 번쩍이는 구두 속에는 비밀 병기(깔창)가 숨어 있다? 책상 아래서만 보이는 진실!"


오전 9시 5분. 드디어 '그곳'에 도착했다. 파티션으로 나뉜 1평 남짓한 김 과장의 영토. 사무실 바닥의 회색 카펫은 칙칙하지만, 아스팔트보다는 훨씬 푹신하다. 김 과장이 털썩, 의자에 주저앉는다. 그 순간, 나의 가죽 표면을 팽팽하게 당기고 있던 긴장의 끈도 '탁' 하고 풀린다.

"후우..."

주인의 한숨과 함께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다. 김 과장이 왼쪽 발뒤꿈치를 오른쪽 발가락으로 지긋이 누르며 나를 밀어낸다.

쑥-

내 몸에서 그의 발이 반쯤 빠져나가는, 이른바 '반(半) 탈착 모드'다. 아, 이 해방감! 밀폐된 가죽 감옥 안으로 사무실의 서늘한 에어컨 바람이 스쳐 지나간다. 솔직히 말하자면, 냄새는 좀 난다. 꼬릿한 청국장 냄새와 오래된 치즈 냄새 그 사이 어딘가. 하지만 뭐 어떤가. 이 냄새야말로 치열한 생존의 증거인 것을. 나는 벌어진 입(입구)을 쩍 벌리고 잠시 호흡을 고른다.

하지만 평화는 짧다. 오전 10시, '공포의 진동 모드'가 시작된다.

달달달달달달달-

갑자기 세상이 요동친다. 지진인가? 아니다. 김 과장이 다리를 떨기 시작했다. 모니터 너머로 뭔가 골치 아픈 메일이 온 게 분명하다. 이번 달 실적 압박인가, 아니면 또 그놈의 수정 요청인가? 그의 발끝에 매달린 나는 놀이공원 바이킹마냥 위아래로 덜렁거린다. 멀미가 날 지경이다. 

주인님, 제발 진정해요. 다리 떨면 복 나간다는 옛말, 미신이 아니라고요. 이러다 제 밑창 떨어져 나가겠어요!

그때, 책상 맞은편으로 낯선, 아니 너무나 익숙한 적수가 등장한다. '또각, 또각.' 소리부터 권위적이다. 최 부장의 검은색 옥스퍼드화다. 저 녀석은 이름도 있다. '블랙 재규어'. 주인인 최 부장처럼 콧대가 높다. 광택제를 얼마나 처발랐는지 내 쭈글쭈글한 얼굴이 저 녀석 코에 비칠 정도다.

책상 아래 어둠 속에서 우리는 조용히 눈빛을 교환한다.

(나): "어이, 재규어 씨. 오늘도 광이 번쩍번쩍하네? 주인 성격 받아주느라 고생이 많수." (재규어): "흥, 자네 주인은 또 다리를 떨고 있군. 먼지 날리니까 좀 멈추라고 전하게. 우리 주인님은 품격 있게 결재 서류를 검토 중이시거든."

품격? 웃기고 있네. 나는 재규어의 비밀을 안다. 겉으로는 매끈해 보이지만, 저 녀석 안쪽에는 무려 3cm짜리 '비밀 병기(키높이 깔창)'가 들어있다. 최 부장의 작은 키를 커버하기 위해 재규어 녀석의 등골은 휘어질 대로 휘어져 있다. 겉만 번지르르하지 속은 나보다 더 골병들었을걸? 우리가 이렇게 신경전을 벌이는 사이, 옆자리 신입사원의 새하얀 스니커즈가 눈치 없이 끼어든다.

(스니커즈): "선배님들, 저는 발볼이 너무 조여서 죽을 것 같아요. 제 주인은 왜 이렇게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는 거죠?" (나): "참아라, 신입. 네 주인도 지금 눈치 보느라 속이 타들어 가서 그러는 거야. 발가락이라도 움직여야 숨통이 트이는 거지."

오전 11시 30분. 위기가 닥쳤다. "김 과장! 잠깐 회의실로 좀 와봐!"

최 부장의 호출이다. 비상이다! 김 과장은 당황했는지 발을 급하게 내 몸 안으로 쑤셔 넣는다. "악!" 구둣주걱도 없이 맨발로 밀어 넣는 바람에 내 뒤꿈치(힐컵)가 무참히 짓밟혔다. 척추가 접히는 고통! 하지만 비명을 지를 틈도 없다. 그는 구겨진 나를 신은 채 허둥지둥 일어선다. 꺾인 뒤꿈치가 발목을 찌르지만, 나는 최대한 빨리 탄성을 회복하려 애쓴다. 지금 내가 불편하게 굴면 김 과장의 걸음걸이가 이상해질 테고, 그럼 부장 앞에서 더 주눅 들 테니까.

회의실로 향하는 복도, 김 과장의 발바닥에서 식은땀이 배어 나온다. 축축해진 내 안감(Insole)이 미끌거린다. 나는 바닥을 더 꽉 움켜쥔다. '걱정 마요, 김 과장. 깨지더라도 똑바로 서서 깨집시다. 내가 밑에서 꽉 잡아줄 테니까.'

회의실 문이 닫힌다.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고함 소리. 나는 문밖에서 숨죽인 채, 책상 아래서 덜덜 떨던 그의 다리를 기억한다. 위풍당당한 척하지만 사실은 모두가 떨고 있다. 저기 저 반짝이는 최 부장의 구두도, 사실은 깔창 위에서 위태롭게 중심을 잡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점심시간까지 30분. 이 고비만 넘기면 된다. 버티자. 우리는 대한민국 직장인의 구두니까.




나의 생각!

남들의 화려해 보이는 삶도 책상 아래를 들여다보면 저마다의 '떨림'과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습니다. 겉모습이 초라하다고, 혹은 지금 상황이 불안하다고 너무 움츠러들지 마세요. 모두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다리를 떨며 긴장을 풀고, 꽉 낀 신발을 벗어 던지고 싶어 하니까요. 당신의 불안은 당신만의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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