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 짐 자전거의 "나의 하루" (1~ 5화) - (마지막 5화) 우리가 내일도 달리는 이유

안녕하세요? '독거놀인'입니다.
🚲
(5화) 녹슨 불꽃  - 우리가 내일도 달리는 이유

"사람들은 나를 보고 '고물'이라 부른다. 하지만 그들은 모른다. 내 몸에 핀 붉은 녹이 사실은 치열하게 살아낸 자들만이 피울 수 있는 '불꽃'이라는 것을."



1. 가장 가파른 골목의 끝에서

우리의 목적지는 도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달동네였다. 하루 종일 평지를 달렸던 내게 마지막 시련이 남아 있었다. 이곳의 경사는 아까 벤츠를 만났던 시장 언덕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가팔랐다.

아저씨는 안장에서 내려 나를 끌기 시작했다. 

낑, 낑. 아저씨의 거친 숨소리와 내 바퀴가 구르는 소리만이 골목을 채웠다. 짐칸은 가벼웠지만, 아저씨의 발걸음은 천근만근이었다. 하루 치의 피로가 그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그때였다. 골목 꼭대기 대문 앞에서 작은 그림자가 튀어나왔다.

"할부지!"

다섯 살 배기 손녀딸이었다. 아이는 깡총거리며 비탈길을 달려 내려왔다. 아저씨의 얼굴에 순식간에 주름진 미소가 번졌다. 그는 나를 세워두고 두 팔을 벌려 아이를 안아 올렸다.

"우리 강아지, 안 자고 기다렸어?" "응! 할부지, 오늘 치킨 사온댔잖아!"


2. 식어가는 엔진의 독백

아저씨는 내 짐칸에서 소중하게 통닭 봉투를 꺼내 아이에게 건넸다. 아이의 환호성과 함께 두 사람은 집 안으로 들어갔다. 낡은 대문 틈으로 따뜻한 불빛과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나는 대문 옆 담벼락 아래 홀로 세워졌다. 비로소 나의 하루가 끝났다. 뜨겁게 달아올랐던 내 몸의 금속들이 밤공기에 식으면서 틱, 틱, 탁... 하고 수축하는 소리를 냈다. 마치 고단했던 하루의 관절들이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가로등 불빛 아래, 내 몸의 상처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여기저기 긁히고 페인트가 벗겨진 자국, 비를 맞아 붉게 슬어버린 녹. 옆집에 주차된 주인의 아들 녀석 오토바이(배달용 스쿠터)는 아직도 반질반질한데, 나는 영락없는 고물상 행색이다.

가끔은 서글프기도 하다. 나도 한때는 쇼윈도에서 빛나던 신품이었는데. 언제 이렇게 늙고 녹슬어버렸을까.


3. 녹은 부끄러움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이 녹은 내가 게을러서 생긴 것이 아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저씨와 함께 이 도시의 바닥을 누볐기에 생긴 '훈장'이다.

매끈한 세단들은 모르는, 거친 삶의 기록이다. 저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아이의 웃음소리, 아저씨의 편안한 목소리. 그것을 지키기 위해 내 몸은 기꺼이 녹슬어온 것이다.

나는 아까 오르막길에서 만났던 벤츠를 떠올렸다. 그 차는 아마 내일도 주인의 과시를 위해 윤기를 낼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나는 내일도 아저씨의 생계를 위해, 저 작은 아이의 통닭을 위해 기꺼이 흙탕물을 뒤집어쓸 것이다.

내 몸의 붉은 녹은, 내일 다시 타오르기 위해 잠시 식혀둔 '불꽃'이다.

밤이 깊어간다. 나는 내일 새벽 아저씨의 투박한 손길이 내 핸들을 잡을 때까지, 이 차가운 담벼락 아래서 잠시 눈을 붙여야겠다.

따르릉... (꿈속에서 울리는 작은 경적 소리)


나의 생각!

"당신의 녹슨 자국은, 치열하게 살았다는 증거입니다."

세상은 늘 매끈하고 반짝이는 새것들을 동경합니다. 조금만 낡고 녹이 슬면 '고물'이라 부르며 외면하기 일쑤죠.

하지만 비바람을 맞지 않고서는 녹이 슬 수 없습니다. 치열하게 부딪히고 깨지지 않고서는 상처가 날 수 없습니다. 짐 자전거의 몸에 핀 붉은 녹은, 그가 그토록 성실하게 누군가의 삶을 지탱해왔다는 가장 확실한 이력서이자 훈장입니다.

혹시 거울 속에 비친 당신의 지친 얼굴과 늘어난 주름이 초라해 보이시나요? 부디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그것은 당신이 오늘을 온몸으로 버텨냈다는 가장 뜨겁고 아름다운 '삶의 불꽃' 자국이니까요. 내일 다시 타오르기 위해 잠시 식혀둔 당신의 열정을 응원합니다.


(에필로그)

우리는 모두 각자의 짐 자전거를 타고 인생이라는 울퉁불퉁한 도로를 달리고 있습니다. 때로는 감당하기 힘든 무게에 휘청이고, 때로는 매끈하게 잘 나가는 타인들과 비교하며 초라함을 느끼기도 하죠.

하지만 잊지 마세요. 짐 자전거가 100kg의 쌀을 나른 끝에 500g의 통닭을 싣고 가장 행복하게 달렸듯이, 우리 삶을 지탱하는 것은 거창한 성공이 아니라 퇴근길 손에 들린 작은 행복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당신의 몸과 마음에 새겨진 삶의 생채기와 녹자국들.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그것은 당신이 오늘 하루도 누군가를 위해, 혹은 당신 자신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냈다는 가장 뜨거운 증거니까요.

오늘도 무거운 페달을 밟아 언덕을 넘어온 세상의 모든 '짐 자전거'들에게, 따뜻한 박수와 위로를 보냅니다. 당신은 고물이 아니라, 그 누구보다 위대한 레이서입니다.


댓글 쓰기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