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이케아의 악몽 - 이상과 현실의 간극(10cm가 당신의 주말을 파괴하리라)
"단언컨대, 1센티미터의 오차가 당신의 평화로운 주말을 지옥으로 만들 것이다."
오전 내내 주인의 뱃살 테러에 시달린 나는 잠시 서랍 속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하지만 평화는 짧았다.
오후가 되자 주인 김씨는 나를 챙겨 들고 비장하게 집을 나섰다. 도착한 곳은 거대한 파란색 건물에 노란색 글씨가 박힌 그곳. 그렇다. 전 세계 남편들의 영혼을 갈아 넣는다는 '가구들의 무덤', 혹은 인간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거대한 미로, 바로 이케아(IKEA)다.
사람들은 이곳을 'DIY(Do It Yourself)의 성지'라고 부르지만, 우리 공구들 사이에서는 'DIE(죽음)의 성지'로 통한다.
주말 반납은 기본이요, 부부 싸움은 옵션이며, 결국엔 등짝 스매싱으로 끝난다는 전설의 장소.
김씨는 쇼룸에 들어서자마자 이성을 잃었다. 그의 눈은 '욕망 필터'로 덧씌워져 있었다. 아늑해 보이는 조명 아래, 북유럽 감성으로 무장한 가구들이 그를 유혹했다.
"그래, 이거야! 이 소파가 우리 거실에 딱이라고!"
그가 멈춰 선 곳은 3인용 패브릭 소파 앞이었다. 척 봐도 거대했다. 저건 소파가 아니라 작은 보트 수준이다. 주인님, 우리 집 거실 좁잖아요. 저걸 들이면 우린 베란다에서 살아야 한다고요.
하지만 이미 '지름신'이 강림한 그의 귀에 나의 텔레파시가 들릴 리 만무하다. 그는 나를 주머니에서 꺼냈다. 자, 이제 냉혹한 현실의 시간이다. 나는 진실을 말할 준비가 되었다.
그는 먼저 소파의 길이를 쟀다. 나는 내 몸을 쭈욱 뻗어 정확한 팩트를 알렸다. [2000mm] 정확히 2미터다. 에누리 없는 거함이다.
김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첩에 무언가를 적었다. 그리고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아니, 정확히는 아직 가구가 들어오지 않은, 그가 '소파 자리'라고 점찍어둔 텅 빈 벽 앞으로 왔다.
"자, 여기 길이를 재보자."
그가 나를 벽의 한쪽 끝에 대고 주욱 잡아당겼다. 나는 스르륵 풀려나가며 반대편 벽 끝에 닿았다. 나의 붉은색 눈금이 정확한 지점을 가리켰다.
[1900mm]
1.9미터. 이것이 움직일 수 없는 이 공간의 물리적 진실이다.
자, 상식적인 인간이라면 여기서 어떤 결론을 내려야 할까? '아, 2미터짜리 소파는 1.9미터 공간에 들어갈 수 없구나. 다른 소파를 알아보자.' 이게 정상적인 사고 회로다. 초등학생도 아는 산수 아닌가. 2000은 1900보다 크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김씨의 눈엔 강력한 '욕망 필터'가 장착되어 있었다. 그는 내 눈금을 빤히 쳐다보았다. 1900이라는 숫자가 그의 망막에 맺혔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뇌는 그 정보를 거부했다.
"음... 약간 타이트하긴 한데, 들어가겠는데?"
뭐라고요? 주인님, 지금 제 눈금 보고 계신 거 맞아요? '약간 타이트'한 게 아니라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거라고요! 10cm가 모자란다고! 10cm면 제 몸통 케이스 두 개가 들어갈 공간이라고요!
그는 확신이 서지 않았는지, 다시 한번 재보려 했다. 이번엔 벽과 기둥이 만나는 구석진 곳이었다.
"이 구석까지 꽉 채우면..."
그는 나를 좁은 구석 틈새로 거칠게 쑤셔 넣었다. 아, 제발! 거긴 안 돼! 나의 가장 큰 공포는 바로 '직각 꺾기'다. 유연한 내 금속 몸체도 ㄱ자로 꺾이는 순간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 몸을 직각으로 꺾어 눌렀다. 나의 금속 척추가 비명을 질렀다.
팅-!
경쾌한 금속성 파열음이 울렸다. 이건 내 허리가 끊어질 것 같다는 신호다. "아악! 주인놈아! 거긴 좁다고! 꺾지 마! 아프다고!" 나는 속으로 절규했다.
하지만 김씨는 그 '팅' 소리를 다르게 해석했다. "오호라, 딱 맞게 들어가네. 그래, 구석까지 밀어 넣으면 10cm 정도 여유가 생기겠어. 2미터, 충분해!"
대체 어떤 계산법이냐. 당신의 뇌내 망상 회로를 한번 재보고 싶다. 그 '팅' 소리는 여유 공간의 신호가 아니라, 내 비명소리였다고! 그는 결국 자기 합리화의 끝을 보여주며 그 거대한 소파를 주문하고야 말았다.
며칠 후, 주말. 거대한 박스들이 거실을 점령했다. K씨는 비장하게 육각 렌치를 들고 조립을 시작했다. 네 시간의 사투 끝에, 거대한 회색 보트... 아니, 소파가 완성되었다. 땀범벅이 된 그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소파를 밀기 시작했다.
"영차! 영차! 자, 들어간다!"
끼기긱... 쿵.
소파의 한쪽 끝이 벽에 닿았다. 그리고 반대쪽 끝은? 당연히 다른 쪽 벽에 닿지 못했다. 정확히, 내가 경고했던 그 10cm만큼 튀어나와 비스듬하게 걸려버렸다.
정적.
김씨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소파와 벽 사이의 틈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는 소파를 발로 툭툭 찼다. 그러다 점점 세게 차기 시작했다.
"아니, 왜 안 들어가는 거야! 분명히 쟀을 땐 들어갈 것 같았는데!"
화를 왜 내시나? 나는 분명히 경고했다. 1900mm라고. 붉은색 숫자로 아주 선명하게 보여줬다. 당신의 욕심이 공간의 팩트를 무시했을 뿐. 세상의 모든 불행은 '이 정도면 되겠지',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그 안일한 어림짐작에서 시작된다는 걸, 나만큼 뼈저리게(비록 뼈는 없지만) 아는 사물은 없을 것이다.
결국 그날 저녁, 김씨는 부인에게 등짝을 맞으며 중고 거래 사이트에 '새 상품급 소파 급처분' 글을 올려야 했다. 나는 공구함 속에서 욱신거리는 허리를 부여잡고 그 광경을 씁쓸하게 지켜보았다.
인간들이여, 제발 나의 목소리(눈금)에 귀 기울여 다오.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당신들의 욕망이 공간을 왜곡할 뿐. 1센티미터의 오차를 무시한 대가는 생각보다 혹독한 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