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자의 고백: 5미터의 철학(1~5화) - (4화) 상처는 나의 이력서다

안녕하세요? '독거놀인'입니다.

(4화) 공사장의 르포 - 거친 세상 속으로

"서랍 속의 깨끗한 줄자는 명예롭지 않다. 닳고 찢어진 상처야말로 현역의 증거다."


주말 아침, 나는 김씨의 작업복 주머니에 처박힌 채 어디론가 실려 갔다. 도착한 곳은 공기부터 달랐다. 매캐한 먼지 냄새, 윙윙대는 전기톱 소리, 그리고 걸쭉한 아저씨들의 농담이 오가는 곳. 바로 '공사판'이다.

이곳에서 나는 더 이상 '민준이 키 재는 장난감'이나 '김씨 뱃살 위로 도구'가 아니다. 나는 '전장의 마초', '현장의 스나이퍼'로 다시 태어난다. 내 몸속의 태엽이 전투 모드로 팽팽하게 감긴다.

"어이, 김 씨! 거기 투바이포(2x4 목재) 3미터 60으로 두 개만 잘라줘!"

반장님의 불호령이 떨어지자 김씨가 허둥지둥 나를 꺼낸다. 초보 조수 김씨의 손길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탁! 촤르륵-

그는 내 머리(걸쇠)를 거친 목재 끝부분에 아무렇게나 걸고는 뒤로 질질 끌고 간다. 아야! 거친 나뭇결이 내 노란색 배를 긁고 지나간다. 하지만 아파할 틈은 없다. 지금은 속도전이다.

3미터... 3미터 50... 3미터 60!

나는 목재 위를 미끄러지듯 질주한다. 야외라 그런지 바람이 분다. 3미터 넘게 뽑혀 나온 내 허리가 바람에 휘청거리며 '낭창낭창' 춤을 춘다. 이 느낌, 짜릿하다. 집안에서 고작 1~2미터 깔짝대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해방감이다. 나는 마치 거친 파도를 가르는 노란색 아나콘다가 된 기분이다.

"3600(mm) 맞지? 자른다!"

위이잉- 툭.

톱날이 지나가고 나무가 잘려 나간다. 이곳의 측정은 집안일과는 다르다. 1~2mm의 오차가 생기면 비싼 자재가 쓰레기가 되고, 건물의 수평이 틀어진다. 아침의 뱃살 2인치(약 5cm) 사기극 따위는 이곳에선 '중범죄'에 해당한다. 나는 온 신경을 집중해 가장 정확한 눈금을 김씨의 눈앞에 들이민다.

하지만 공사판의 생리는 또 다르다. 너무 정밀하게 굴면 '샌님' 취급을 받는다.

옆에서 일하던 베테랑 목수 아저씨가 내 주인을 보며 혀를 찬다. "어이, 김 씨. 뭘 그렇게 돋보기 대고 보듯 재? 대충 재고 빨리빨리 잘라야지, 해 다 지겠네!"

그렇다. 이곳은 '정확성'과 '신속성'이 치열하게 줄다리기하는 모순의 공간이다. 완벽한 설계도는 사무실 에어컨 바람 밑에서나 존재한다. 

현장에서는 "이 정도면 됐어(야매)"와 "반드시 맞춰야 해(정석)" 사이에서 끊임없이 타협해야 한다. 나는 그 아슬아슬한 줄타기의 중심에 서 있다.

오후가 되자 내 몰골은 말이 아니다. 시멘트 가루를 뒤집어써서 노란색이 회색으로 변했고, 날카로운 철근 모서리에 긁혀 'cm' 글씨가 지워질 뻔했다. 내 몸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머리(걸쇠)는 하도 여기저기 걸고 당겨대는 통에 유격이 생겨 달그락거린다.

가장 위험한 순간은 측정 후 복귀할 때다. 초보 김씨는 나를 놓을 때 요령이 없다.

"다 쟀다!" 그가 손을 놓는 순간, 나는 통제 불능의 속도로 감겨 들어간다.

슈슈슈슉-!

마치 폭주 기관차처럼 케이스 입구를 향해 돌진한다. 이때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 내 날카로운 모서리가 주인의 손가락을 베어버릴 수도 있다(일종의 산재다). 나는 태엽의 탄성을 조절하며 필사적으로 브레이크를 건다.

철컥!

간신히 손가락 절단 사고는 면했지만, 너무 세게 부딪히는 바람에 뇌진탕이 올 지경이다. 아, 오늘 하루 수명 단축 제대로 하는구나.

해가 저물고 작업이 끝났다. 김씨는 땀범벅이 된 채 나를 툭툭 털어 공구함에 던져 넣는다. 나는 다른 연장들 틈에 끼여 가쁜 숨을 몰아쉰다. 옆에 있던 낡은 망치가 씩 웃으며 말을 건다.

"신입, 오늘 좀 굴렀네? 때깔이 좀 난다?"

나는 내 몸을 내려다본다. 여기저기 긁히고, 페인트가 벗겨져 은색 금속 속살이 번쩍인다. 쓰라리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다. 아니, 오히려 뿌듯하다.

서랍 속에 모셔진 관상용 줄자들은 절대 모를 것이다. 땀 냄새, 흙냄새 맡으며 현장에서 구르는 이 야성의 희열을. 이 상처들이야말로 내가 오늘 하루 세상에 쓸모 있는 존재였다는 가장 확실한 이력서 아니겠는가.

나는 덜컹거리는 트럭 짐칸에서 오늘 생긴 영광의 상처들을 훈장처럼 쓰다듬으며 잠을 청한다. 내일은 또 어떤 거친 세상이 나를 기다릴까.




나의 생각!

깨끗하고 흠집 하나 없는 삶이 과연 좋은 삶일까요? 온실 속의 화초처럼 안전하게 보호받는 삶은 편안할지는 몰라도, 깊이가 없습니다.

공사장의 줄자처럼, 세상이라는 거친 현장에서 부딪히고 긁히며 생긴 상처들을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그 상처들은 당신이 치열하게 살았다는 증거이며, 그만큼 단단해졌다는 훈장입니다.

낡고 페인트가 벗겨진 줄자가 더 노련하게 치수를 재듯, 당신의 상처 입은 경험들이 앞으로의 삶을 더 정확하고 지혜롭게 측정해 줄 것입니다. 오늘 하루도 먼지 구덩이 속에서 고군분투한 당신, 당신의 상처는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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