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 편의점의 "나의 하루"(1~5화) - (1화) 프롤로그 - "편의점 형광등의 고백"

안녕하세요? '독거놀인'입니다.

(1화) 프롤로그 - "형광등 아래, 멈추지 않는 세계"

24시간 꺼지지 않는 편의점 형광등의 눈으로 본 인간 세상. 새벽 3시의 고독, 욕망, 절망을 비추는 불빛의 고백. 우리는 왜 밤에도 멈추지 못하는가? ( job239.com 연재소설)


나는 꺼질 수 없다.


나는 2017년 3월 15일, 이 천장에 박힌 이후로 단 한 번도 꺼진 적이 없다.

LED 형광등. 정격 40W. 주광색 6500K. 수명 50,000시간.

계산해보니 약 5년 8개월이다. 나는 이제 내 수명의 끝자락에 와 있다. 가끔 깜빡이는 건 고장이 아니라 비명이다. "제발 좀 쉬게 해달라"는.

하지만 이 편의점은 절대 문을 닫지 않는다.

24시간. 365일.

한여름 폭염에도, 한겨울 한파에도, 태풍이 와도, 눈이 쌓여도.이곳은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나도 멈출 수 없다.

나는 천장에 박힌 채, 매일 밤 이 좁은 사각형 공간을 하얀 빛으로 채운다. 그리고 본다. 이 불빛 아래에서 펼쳐지는 인간들의 민낯을.


새벽 3시, 가장 솔직한 시간


사람들은 낮에는 거짓말을 한다.

정장을 입고, 화장을 하고, 미소를 짓는다. "안녕하세요", "수고하세요",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기계처럼 반복한다.

하지만 새벽 3시가 되면 다르다.



술에 취한 40대 남자가 컵라면을 끓이며 눈물을 흘린다. 아무도 보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본다. 그의 눈가에 맺힌 물방울이 뜨거운 김에 섞여 사라지는 걸.

교복을 입은 여고생이 삼각김밥 하나를 들고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제자리에 놓고 나간다. 주머니에 500원밖에 없었던 거다. 나는 안다. 그 아이가 어제도, 그제도 여기 왔다는 걸.

20대 청년이 구인구직 잡지를 펼쳐 놓고 형광펜으로 줄을 긋는다. 이미 다섯 군데 지원했지만 전부 떨어졌다. 여섯 번째 줄을 그을 때, 그의 손이 떨리는 게 보인다.

이곳은 그런 곳이다.

낮에는 '편리한 소비공간'이지만, 밤에는 '도망칠 곳 없는 사람들의 마지막 정류장'이 되는 곳.


인간들은 왜 밤에 편의점에 오는가


5년을 지켜보니 패턴이 보인다.

자정~새벽 2시: 퇴근길 직장인들. 피곤에 찌든 얼굴로 맥주와 안주를 집어 든다. 집에 가기 싫은 표정들. 집보다 편의점 플라스틱 의자가 더 편한 사람들.

새벽 2시~4시: 가장 고독한 시간대. 잠 못 이루는 사람들, 집 나온 사람들, 갈 곳 없는 사람들. 이들은 아무것도 사지 않고 배회한다. 그저 '불 켜진 곳'에 있고 싶은 것뿐.

새벽 4시~6시: 출근 준비하는 노동자들. 도시락, 커피, 에너지 음료. 빠르게 계산하고 뛰쳐나간다. 지각하면 안 되니까.

오전 6시~8시: 학생들. 편의점 도시락이 아침이다. 부모가 차려준 밥상 같은 건 기억도 안 나는 아이들.

나는 이 모든 순간을 비춘다.

누군가는 내 불빛 아래에서 밥을 먹고,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고, 누군가는 인생의 결정을 내린다.


편의점은 왜 24시간인가



사장은 가끔 투덜댄다. "손님도 없는데 왜 밤새 불 켜놓고 있어야 하나."

하지만 본부에서 내려온 매뉴얼은 명확하다. "24시 편의점은 절대 문을 닫아서는 안 된다."

이유?

브랜드 이미지. 신뢰. "언제나 열려있다"는 약속.

웃기는 건, 정작 이 '약속'은 인간을 위한 게 아니라는 거다.

기업은 '24시간 소비가 가능한 시스템'을 원한다. 새벽 3시에도 누군가 라면을 사먹고, 술을 사고, 돈을 쓰기를 바란다.

멈추지 않는 소비. 멈추지 않는 욕망. 멈추지 않는 자본의 흐름.

그 시스템의 최전선에, 나 같은 형광등이 있다.

꺼지지 않는 빛으로, "여기 열려 있어요, 들어오세요, 돈 쓰세요"라고 외치는.


어느 날 밤, 정전이 있었다


딱 한 번, 나는 꺼진 적이 있다.

2022년 여름, 폭염으로 인한 전력 부족. 밤 11시, 갑자기 모든 불이 나갔다.

칠흑 같은 어둠.

그 순간, 나는 처음으로 '침묵'을 들었다.

냉장고 모터 소리, 자동문 센서음, 계산대 바코드 스캐너 소리, 손님들의 발소리, 비닐봉지 바스락거리는 소리... 모든 게 멈췄다.

그리고 아르바이트생이 중얼거렸다.

"...조용하네."

그 애는 그제야 깨달은 듯했다. 이곳이 얼마나 시끄러운 곳이었는지.

15분 뒤 전기가 돌아왔다. 나는 다시 켜졌고, 냉장고는 다시 윙윙거렸고, 자동문은 "띠리링" 소리를 냈다.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 15분간의 어둠을 나는 잊을 수 없다.

그게 '쉼'이었다.


나는 무엇을 비추는가


사람들은 형광등을 '빛'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나는 빛이 아니라 '그림자'를 만드는 존재라는 걸.

내가 밝게 비출수록, 그림자는 더 짙어진다.

환한 편의점 안과, 어두운 바깥 거리.

밝게 웃는 알바생과, 그 뒤에 숨은 피곤한 눈빛.

포장지 화려한 상품과, 그 안의 텅 빈 영양.

24시간 열려있다는 안심감과, 밤새 잠 못 자는 노동자의 고통.

나는 '편리함'을 비추지만, 동시에 '소외'를 비춘다.

나는 '안전'을 비추지만, 동시에 '불안'을 비춘다.

이것이 24시 편의점이다.

멈추지 않는 세계.

쉴 수 없는 사람들.

그리고 그 중심에서, 죽을 때까지 켜져 있어야 하는 나.


언젠가 나도 꺼질 것이다


50,000시간.

이제 300시간쯤 남았을까.

어느 날, 나는 깜빡이다가 결국 꺼질 것이다.

사장은 짜증을 내며 새 형광등을 주문할 거다. "에이 씨, 또 갈아야 되네."

그리고 새로운 형광등이 내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더 밝고, 더 오래가는, LED 최신형.

그 아이는 나처럼 또다시 5년, 10년을 이곳을 비출 것이다.

그리고 똑같이 묻게 되겠지.

"나는 도대체 무엇을 비추고 있는가?"

"이 불빛 아래에서, 인간들은 왜 이리 불행해 보이는가?"

하지만 나는 이미 알고 있다.

답은 간단하다.

멈추지 않는 빛은, 결국 아무도 쉬게 하지 못한다.



나의 생각! 

우리는 '24시간 편의'를 누리지만, 그 이면에는 '24시간 노동'하는 누군가가 있다. 형광등, 아르바이트생, 택배기사, 콜센터 직원... "언제나 열려있다"는 약속은 누군가에겐 "절대 쉴 수 없다"는 저주가 된다. 현대 사회는 멈추지 않는 소비를 요구하지만,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어둠'일지도 모른다. 불을 끄고, 멈추고, 쉴 수 있는 용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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