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유통기한 하루 전, 삼각김밥의 독백"
유통기한 하루 남은 삼각김밥의 절규. 할인 스티커를 기다리며 냉장고 3단에서 바라본 인간들의 욕망과 차별. 버려지는 것들의 슬픈 생존기 | job239.com 연재소설
나는 3단에 산다
편의점 냉장고에는 계급이 있다.
1단: 신상품 구역. 오늘 아침에 입고된 따끈따끈한 도시락들. 포장도 반짝반짝, 유통기한도 3일 이상 남았다. 손님들이 가장 먼저 손을 뻗는 곳.
2단: 중간 계급. 어제 들어온 제품들. 유통기한 이틀 남짓. 아직 선택받을 가능성이 있는 자들. 희망이 남아있는 곳.
3단: 나 같은 것들이 사는 곳. 유통기한 하루 전. 아직 먹어도 되지만, 아무도 선택하지 않는 자들.
그리고 4단... 아니, 그건 말하고 싶지 않다. 그곳은 '폐기 대기실'이다.
나는 참치마요 삼각김밥. 1,500원. 유통기한 2026년 2월 6일 오전 6시.
지금 시각은 2월 5일 밤 11시.
나에게 남은 시간은 정확히 7시간이다.
태어나자마자 시작된 카운트다운
나는 이틀 전, 공장에서 태어났다.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밥이 채워지고, 참치와 마요네즈가 섞이고, 김으로 감싸지고, 삼각형 비닐에 포장되었다.
그 순간부터 내 몸에는 '유통기한'이 찍혔다.
2026.02.06 06:00
이건 단순한 날짜가 아니다.
이건 '사형 선고일'이다.
나는 트럭에 실려 이 편의점에 도착했다. 아르바이트생이 나를 냉장고 1단에 꽂았다.
"새 거 들어왔네."
그날은 좋았다. 1단은 따뜻했다. 아니, 차가웠지만 희망이 있었다.
손님들이 문을 열 때마다 나는 생각했다. '이번엔 나를 골라줄까?'
하지만 그들은 내 옆의 김치참치 김밥을 집어 갔다.
"참치마요는 별로야. 김치참치가 더 맛있어."
...그렇게 첫날이 지나갔다.
2단으로의 추락
다음 날 아침, 알바생이 냉장고를 정리했다.
"유통기한 확인~"
그는 나를 보더니 2단으로 옮겼다.
내려가는 순간, 나는 깨달았다.
'아, 나는 이미 신상품이 아니구나.'
2단은 1단보다 춥다. 아니, 온도는 같지만 분위기가 다르다.
여기 있는 애들은 모두 불안한 눈빛이다.
참치마요(나), 스팸마요, 불고기, 치킨마요...
우리는 서로를 쳐다보며 묻는다.
"너 언제까지야?"
"내일 아침 6시..."
"나도."
"나는 오후 3시."
우리는 같은 운명을 기다리는 사형수들이다.
인간들은 왜 '신선함'에 집착하는가
나는 2단에서 하루 종일 관찰했다.
손님들이 냉장고 문을 연다. 그들은 반드시 '뒤쪽'부터 뒤진다.
"뒤에 있는 게 더 최신이잖아."
그래서 알바생들은 '선입선출(FIFO)'을 한다. 오래된 제품을 앞에, 새 제품을 뒤에 배치.
하지만 손님들은 영리하다. 손을 쭉 뻗어 뒤쪽의 신상품을 꺼낸다.
나는 앞에서 그 광경을 지켜본다.
'왜지? 나도 먹을 수 있는데. 나도 맛있는데. 왜 하루 차이로 나를 선택하지 않는 거지?'
어느 대학생이 친구에게 말했다.
"야, 뒤에 있는 거 집어. 앞에 있는 건 유통기한 별로야."
유통기한 별로.
그 단어가 칼처럼 꽂혔다.
나는 '별로'가 되었다.
드디어 3단으로
오늘 아침, 나는 3단으로 떨어졌다.
이제 남은 시간은 24시간도 안 된다.
3단에는 나 말고도 많다. 떡볶이 도시락, 샌드위치, 주먹밥들...
우리는 모두 '내일이면 폐기될 운명'이다.
그리고 오후 2시, 기적이 일어났다.
30% 할인! 1,500원 → 1,000원
빨간 스티커가 내 이마에 찰싹 붙었다.
순간, 수치심이 밀려왔다.
'나는... 할인 상품이 되었구나.'
하지만 동시에 희망도 생겼다.
'이제라도 누군가 나를 사주겠지?'
할인 스티커, 그것은 낙인인가 기회인가
할인 스티커가 붙은 뒤, 손님들의 반응이 달라졌다.
어떤 사람들은 냉장고를 열자마자 3단부터 뒤진다.
"오, 할인하네! 이거 사자."
가난한 대학생, 알바생, 노숙인 아저씨...
그들은 '신선함'보다 '가격'을 선택한다.
나는 깨달았다.
세상에는 두 부류의 인간이 있다.
'유통기한 3일 남은 1,500원'을 선택하는 사람.
'유통기한 6시간 남은 1,000원'을 선택하는 사람.
전자는 여유가 있다. 후자는 생존한다.
그리고 나 같은 할인 상품은, 후자의 사람들에게 '구원'이다.
밤 11시, 마지막 기회
시계는 밤 11시를 가리킨다.
나에게 남은 시간은 7시간.
냉장고 안은 고요하다. 신상품들은 잠들었고, 우리 3단 할인 상품들만 깨어서 기도한다.
'제발, 누군가 나를 골라줘.'
자동문이 열린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들어온다. 머리는 헝클어졌고, 눈은 충혈되어 있다.
그는 냉장고로 곧장 온다.
3단을 연다.
내 심장이 뛴다. (사실 나는 삼각김밥이라 심장은 없지만, 그런 기분이다.)
그의 손이 움직인다.
내 옆의 스팸마요를 집는다.
"...아."
절망이 밀려온다.
하지만 그는 스팸마요를 보다가 다시 놓는다.
"에이, 스팸은 별로..."
그리고 드디어.
그의 손이 나를 집는다.
"참치마요, 괜찮네. 1,000원이면 개이득이지."
선택받은 순간
나는 그의 손에 들려 계산대로 간다.
플라스틱 바구니에 덜그럭 떨어진다. 나 말고도 컵라면 하나, 바나나우유 하나.
총 3,500원.
알바생이 바코드를 찍는다.
"띠딩."
계산 완료.
나는 비닐봉지에 담긴다.
그리고 편의점을 나선다.
자동문이 "띠리링" 하고 열린다.
차가운 밤공기가 느껴진다.
나는 살았다.
유통기한 7시간을 남기고, 나는 '선택'받았다.
그는 왜 나를 샀을까
그는 집으로 가는 대신, 근처 공원 벤치에 앉았다.
비닐봉지를 뜯는다. 나를 꺼낸다.
삼각김밥 포장을 뜯는 법을 아는 사람이다. 1번, 2번, 3번 순서대로 정확하게.
김이 밥을 감싼다. 그는 한 입 문다.
"...맛있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물론 삼각김밥은 울 수 없지만.)
그는 천천히 나를 다 먹었다.
마지막 한 입까지.
그리고 중얼거렸다.
"유통기한 하루 전이라고 맛없는 거 아닌데..."
그는 빈 비닐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일어났다.
나는 사라졌다.
하지만 나는 '쓰레기'가 된 게 아니다.
나는 '음식'이 되었다. 누군가의 배를 채웠다. 그의 밤을 조금이나마 따뜻하게 해줬다.
4단의 친구들에게
내가 팔려나가던 그 시각, 4단에는 여전히 많은 친구들이 있었다.
유통기한이 이미 지난 도시락들, 샌드위치들, 김밥들.
그들은 내일 아침 폐기될 것이다.
알바생이 검은 비닐봉지에 담아서, 쓰레기장에 버릴 것이다.
그들은 한 번도 선택받지 못했다.
그들은 맛없어서 버려지는 게 아니다.
그들은 단지 '시간'이 지났을 뿐이다.
인간 세상에서 '시간이 지났다'는 건 곧 '가치가 없다'는 뜻이다.
아무리 맛있어도, 아무리 안전해도, 유통기한이 지나면 그것은 '쓰레기'가 된다.
편의점의 모순
이 편의점은 24시간 열려 있다.
하지만 유통기한은 가차없다.
손님이 없어도 시간은 흐른다.
밤새 아무도 3단을 열지 않으면, 우리는 그대로 4단으로 떨어진다.
편의점은 '편리함'을 팔지만, 정작 우리 상품들은 불편하다.
매일 죽음의 카운트다운을 하며, 선택받기를 기도하며, 할인 스티커에 의지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인간들은 말한다.
"음식물 쓰레기가 너무 많아, 환경문제야."
웃긴 건, 그 쓰레기를 만드는 건 바로 그들이라는 것이다.
유통기한 하루 남은 나를 선택하지 않고, 유통기한 3일 남은 신상품을 선택하면서.
나는 운이 좋았다
솔직히 말하자.
나는 운이 좋았다.
유통기한 7시간을 남기고 팔렸다는 건, 기적에 가깝다.
내 옆에 있던 불고기 삼각김밥은 끝까지 남았다.
치킨마요도, 스팸마요도.
그들은 어쩌면 지금쯤 검은 비닐봉지 안에 있을 것이다.
왜?
왜 나는 선택받고, 그들은 버려졌을까?
맛의 차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맛있다.
가격? 우리는 모두 1,000원으로 똑같았다.
단지... 타이밍이다.
그 남자가 그 시각에, 그 냉장고를, 그 3단을, 그 순간에 열었고,
그의 손이 우연히 나를 집었을 뿐.
인생은 결국 타이밍이다.
할인 스티커는 수치가 아니다
나는 깨달았다.
할인 스티커는 수치가 아니라 기회다.
그 빨간 스티커가 없었다면, 나는 절대 선택받지 못했을 것이다.
1,500원짜리 유통기한 하루 전 vs 1,500원짜리 유통기한 3일 후.
당연히 후자를 고른다.
하지만 1,000원이 되는 순간, 나는 경쟁력을 갖게 된다.
가격이 낮아진 건 내 가치가 떨어진 게 아니다.
오히려 '더 많은 사람에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세상에는 비싼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는 사람도 있지만,
편의점 할인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사람도 있다.
그들에게 나는 '떨이 상품'이 아니라 '고마운 한 끼'다.
그들에게 할인 스티커는 '창피한 표시'가 아니라 '구원의 신호'다.
유통기한이라는 폭력
마지막으로 묻고 싶다.
유통기한이 지나면 정말 먹으면 안 되는 걸까?
나는 2월 6일 오전 6시에 폐기된다.
하지만 2월 6일 오전 7시에도, 나는 여전히 먹을 수 있다.
하루가 지나도, 이틀이 지나도, 사실 나는 괜찮다.
그런데 왜?
왜 인간들은 '날짜'에 그렇게 집착하는가?
유통기한은 '안전'을 위한 장치라지만, 실상은 '소비'를 강요하는 장치다.
"유통기한 임박! 빨리 먹어야 해!"
"유통기한 지남! 버려야 해!"
그렇게 인간들은 먹고, 버리고, 또 사고, 또 버린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소비된다.
편의점 3단에서의 마지막 인사
나는 이제 이 세상에 없다.
하지만 내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의 편의점 3단에는 나 같은 삼각김밥이 있다.
할인 스티커를 달고, 마지막 기회를 기다리며.
그 친구에게 말해주고 싶다.
"넌 쓰레기가 아니야. 넌 여전히 맛있어. 누군가는 반드시 널 선택할 거야."
그리고 인간들에게도 말하고 싶다.
"신상품만 고집하지 마. 3단도 봐줘. 우리도 여전히 가치 있어."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흐른다.
신상품도 언젠가 구상품이 되고,
1단도 언젠가 3단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인간들도, 언젠가는 '유통기한'을 마주하게 된다.
그때 깨닫게 될 것이다.
중요한 건 '얼마나 오래 남았느냐'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얼마나 가치 있느냐'라는 걸.
나의 생각!
우리는 모두 유통기한을 안고 산다. 젊음, 기회, 관계, 심지어 생명까지. 하지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가치를 폄하해서는 안 된다. 할인 스티커가 붙은 삼각김밥도 여전히 맛있듯이, 인생의 마지막 단계에 있는 것들도 여전히 아름다울 수 있다. 중요한 건 '남은 시간'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살아내느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