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 편의점의 "나의 하루"(1~5화) - (4화) "편의점 의자의 증언"

안녕하세요? '독거놀인'입니다.

(3화) "편의점 의자의 증언"


편의점 창가 플라스틱 의자의 고백. 술 취한 직장인, 가출한 청소년, 노숙인의 임시 쉼터가 된 의자가 목격한 밤의 풍경들. 나는 등받이도 없지만, 그들의 등을 받쳐준다 . job239.com 연재소설



나는 500원짜리 의자다


나는 편의점 창가에 놓인 플라스틱 의자다.

빨간색. 높이 45센티미터. 무게 1.2킬로그램.

도매시장에서 개당 500원에 구입되었다.

등받이 없고, 쿠션 없고, 팔걸이 없다.

그냥 딱딱한 플라스틱 덩어리.

하지만 나는 안다.

이 편의점에서 가장 중요한 가구가 바로 라는 걸.


의자의 용


편의점 사장은 처음에 나를 '손님 편의용'이라고 했다.

"컵라면 먹는 사람들 앉으라고 놓은 거야."

맞다. 낮에는 그렇다.

점심시간에 직장인들이 와서 도시락을 먹는다.

학생들이 삼각김밥을 먹는다.

할머니들이 잠시 쉬었다 간다.

하지만 밤이 되면 달라진다.

자정이 넘으면, 나의 진짜 용도가 드러난다.

나는 쉼터가 된다.

갈 곳 없는 사람들의 마지막 안식처.

집보다, 길거리보다, 조금 더 따뜻한 곳.


새벽 1시, 첫 번째 손님



매일 밤 새벽 1시쯤, 그가 온다.

40대 후반 남자. 정장 차림. 넥타이는 풀렸고, 구두는 더럽다.

술 냄새가 진동한다.

그는 비틀거리며 들어와서, 곧장 나에게 온다.

"...앉아도 되죠?"

알바생은 고개를 끄덕인다. "네, 앉으세요."

그는 나에게 털썩 앉는다.

무게가 느껴진다. 약 75킬로그램.

그는 아무것도 사지 않는다. 그냥 앉아만 있다.

10분쯤 지나면, 그는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집에 가기 싫어."

"왜 나한테만 그러는 거야..."

"대체 뭘 어떻게 하라는 거야..."

독백이다. 아무에게 하는 말도 아니다.

그냥 내뱉는 것뿐.

30분쯤 지나면, 그는 조금씩 정신을 차린다.

휴대폰을 꺼내서 시간을 확인한다.

"...새벽 2시."

한숨을 쉰다.

그리고 일어난다.

"...가야지."

그는 나를 툭 치며 중얼거린다.

"고마워, 의자야."

그리고 밤 속으로 사라진다.


다음 날 밤, 그는 또 온다.

같은 시간, 같은 자리, 같은 독백.

나는 그의 일상을 안다.

회사에서 혼나고, 술 마시고, 집에 가기 싫어서 나한테 온다.

나는 그의 정류장이다.

집으로 가기 전, 마지막으로 숨을 고르는 곳.


새벽 2시, 두 번째 손님



새벽 2시쯤, 그녀가 온다.

교복 입은 여학생. 고등학생쯤 되어 보인다.

커다란 배낭을 메고 있다.

그녀는 편의점을 한 바퀴 돈다. 아무것도 사지 않고.

그리고 나에게 온다.

조심스럽게 앉는다. 약 50킬로그램.

알바생이 묻는다. "학생, 괜찮아요?"

"...네."

"집에 안 가요?"

"...조금 있다 갈게요."

알바생은 더 이상 묻지 않는다.

그녀는 한 시간을 앉아 있는다.

휴대폰을 보거나, 창밖을 보거나, 그냥 멍하니 있거나.

어느 날, 그녀가 전화를 받았다.

"...엄마야."

목소리가 떨린다.

"나 친구 집이야. 응, 괜찮아. 내일 가. ...끊을게."

전화를 끊고, 그녀는 고개를 숙인다.

어깨가 떨린다.

울고 있는 거다.

나는 그녀의 체온을 느낀다.

차갑다. 겨울 밤공기에 얼어 있다.

나는 플라스틱이라 따뜻하지 않다.

하지만 그래도, 길바닥보다는 낫다.

그래도, 집보다는... 안전하다.

그녀는 새벽 4시쯤 일어난다.

배낭을 메고, 편의점을 나선다.

어디로 가는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녀는 내일 밤에도 올 거라는 걸.


새벽 3시, 세 번째 손님


새벽 3시, 그가 온다.

60대 노인. 누더기 같은 옷. 손수레를 끌고.

그는 편의점 앞을 서성인다.

들어올까 말까 망설인다.

알바생과 눈이 마주친다.

알바생이 고개를 끄덕인다. "들어오세요."

그는 조심스럽게 들어온다.

나에게 온다.

천천히 앉는다. 약 55킬로그램. 너무 가볍다.

그는 주머니에서 뭔가 꺼낸다.

빵 하나. 어디서 구한 건지 모르겠다.

조금씩, 천천히 먹는다.

알바생이 물 한 컵을 가져다준다.

"여기요."

"...고맙습니다."

그는 물을 마신다.

한 모금, 한 모금, 소중하게.


20분쯤 지나면, 그는 일어난다.

나를 닦는다. 손으로, 조심스럽게.

"더럽혀서 죄송합니다."

더러운 게 없는데도, 그는 닦는다.

그리고 고개 숙여 인사한다.

"감사합니다."

알바생에게도, 나에게도.

그는 손수레를 끌고 나간다.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가 오늘 밤 유일하게 앉았던 의자가 바로 라는 걸.


나는 왜 여기 있는가


사람들은 묻는다.

"왜 편의점에 의자가 있어?"

"컵라면 먹으라고 있는 거 아냐?"

틀렸다.

나는 컵라면을 위해 있는 게 아니다.

나는 사람을 위해 있다.

편의점은 24시간 열려 있다.

밤에도, 새벽에도, 비가 와도, 눈이 와도.

그리고 나도 24시간 여기 있다.

누구든 앉을 수 있도록.

집에 가기 싫은 사람.

집이 없는 사람.

집에서 도망친 사람.

그들에게 나는 마지막 의자다.

세상에서 가장 싼 500원짜리 의자지만,

그들에게는 프리미엄 소파보다 소중하다.


의자가 본 인간의 등


나는 의자다. 그래서 나는 항상 을 본다.

사람들의 뒷모습.

구부정한 등, 떨리는 어깨, 축 처진 목덜미.

낮에 보는 등은 괜찮다.

학생들의 등은 가볍고, 직장인들의 등은 반듯하다.

하지만 밤에 보는 등은 다르다.

무겁다.

짓눌려 있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그들의 등을 짓누르고 있다.

술 취한 남자의 등은 굽어 있다.

회사의 무게, 가장의 무게, 나이의 무게.

가출 소녀의 등은 떨리고 있다.

두려움의 무게, 외로움의 무게, 미래의 무게.

노인의 등은 너무 얇다.

인생의 무게를 다 짊어지고 나니, 남은 게 없다.

나는 등받이가 없는 의자다.

그래서 그들의 등을 받쳐줄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앉을 곳은 제공한다.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어느 날 밤, 싸움이 있었다


지난겨울, 사건이 있었다.

새벽 3시, 술 취한 두 남자가 편의점에 들어왔다.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네가 뭘 알아!"

"닥쳐, 씨발!"

알바생이 말했다. "손님들, 조용히 좀..."

하지만 그들은 듣지 않았다.

한 남자가 다른 남자를 밀쳤다.

밀린 남자가 비틀거리다가, 나한테 넘어졌다.

쾅!

나는 넘어졌다.

플라스틱 의자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

남자는 일어나려다가, 나를 집어 들었다.

"이 새끼야!"

그는 나를 던지려고 했다.

그 순간, 알바생이 소리쳤다.

"그만하세요!"

남자는 멈췄다.

나를 내려놨다.

"...미안."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모르겠다.

알바생에게? 나에게?

그들은 나갔다.

알바생이 나를 다시 원래 자리에 놨다.

"의자야, 괜찮아?"

나는 플라스틱이라 괜찮다.

하지만 그날 밤, 나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나는 무기가 될 수도 있구나.


의자의 수명


나는 작년 봄에 이 편의점에 왔다.

그러니까 약 10개월 됐다.

플라스틱 의자의 평균 수명은 2~3년이라고 한다.

하지만 24시 편의점 의자는 다르다.

매일 수십 명이 앉는다.

무거운 사람, 가벼운 사람, 난폭한 사람.

비 맞고, 눈 맞고, 담배 불에 데인다.

내 몸에는 이미 금이 가 있다.

왼쪽 다리가 조금 흔들린다.

아마 내년쯤이면 부러질 것이다.

그러면 사장은 나를 버리고, 새 의자를 살 것이다.

또 500원짜리 빨간 플라스틱 의자.

그 의자가 내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그리고 그 의자도, 나처럼 밤마다 사람들을 받아줄 것이다.


편의점 의자는 왜 불편한가


사람들은 불평한다.

"편의점 의자는 왜 이렇게 불편해?"

"등받이도 없고, 쿠션도 없고..."

이유가 있다.

오래 앉지 못하게 하려고.

편의점은 회전율이 중요하다.

손님이 오래 앉아 있으면, 다른 손님이 못 앉는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불편하게 만든다.

카페는 의자가 편하다. 손님이 오래 앉아서 돈을 더 쓰게.

패스트푸드점은 의자가 딱딱하다. 손님이 빨리 먹고 나가게.

편의점은? 더 불편하다. 아예 오래 앉지 못하게.

하지만 그들은 그래도 앉는다.

불편해도, 딱딱해도, 춥고 좁아도.

왜?

그래도 여기가 제일 안전하니까.


새벽 4시, 네 번째 손님


새벽 4시쯤, 그가 온다.

20대 초반 청년. 배달 라이더 복장.

헬멧을 벗고, 장갑을 벗고, 나에게 앉는다.

숨을 헐떡인다.

"...후."

땀이 뚝뚝 떨어진다.

그는 편의점에서 이온음료 하나를 산다.

벌컥벌컥 마신다.

그리고 다시 나에게 앉는다.

10분간 쉰다.

휴대폰을 확인한다.

"아직 세 건 남았네..."

한숨을 쉰다.

하지만 일어난다.

"가야지."

헬멧을 쓴다. 장갑을 낀다.

그리고 다시 밤 속으로 달려간다.

나는 그의 10분 휴식이었다.

짧지만, 필요한 쉼표.


나는 차별하지 않는다


나는 500원짜리 의자다.

비싼 소파도 아니고, 명품 의자도 아니다.

하지만 나는 자랑스럽다.

왜냐하면 나는 누구도 차별하지 않으니까.

CEO가 앉아도, 노숙인이 앉아도, 나는 똑같이 받아준다.

부자가 앉아도, 가난한 사람이 앉아도, 나는 똑같은 높이다.

깨끗한 사람이 앉아도, 더러운 사람이 앉아도, 나는 똑같이 지탱한다.

세상은 사람을 차별한다.

돈, 지위, 외모, 나이로 줄을 세운다.

하지만 나는 안 그런다.

앉고 싶은 사람은 누구든 앉아도 된다.

그게 의자의 본분이다.


편의점이 문을 닫는다면


가끔 사장이 투덜댄다.

"손님도 없는데 밤에 왜 여나..."

만약 이 편의점이 밤에 문을 닫는다면?

만약 나같은 의자가 사라진다면?

술 취한 남자는 어디서 쉴까?

가출한 소녀는 어디서 잠깐 앉아 있을까?

노인은 어디서 빵을 먹을까?

배달 라이더는 어디서 10분 쉴까?

그들은 아마도 길바닥에 앉을 것이다.

공원 벤치, 지하철역 계단, 아니면 그냥 서 있거나.

나는 500원짜리 의자지만,

그들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의자다.


의자에 새겨진 흔적들


내 몸을 보면 흔적이 많다.

담배 불에 데인 자국. 왼쪽 모서리.

누군가 새긴 낙서. "2025.12.03"

커피 얼룩. 가운데.

금이 간 다리. 오른쪽 뒤편.

이 흔적들은 증거다.

누군가 여기 있었다는 증거.

누군가 나에게 앉았었다는 증거.

누군가 이 편의점에서 잠깐이라도 쉬었다는 증거.

나는 말을 못 한다.

하지만 내 몸이 말한다.

"그들이 여기 있었다."



 나의 생각! 

세상에서 가장 싼 의자가, 누군가에게는 가장 소중한 쉼터가 된다. 우리는 편의점 의자가 불편하다고 불평하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그 불편한 의자조차 간절한 안식처다. 진정한 평등은 화려한 구호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작은 자리 하나에서 시작된다. 당신 곁의 작고 볼품없는 것들을 함부로 대하지 마라. 그것이 누군가의 마지막 기댈 곳일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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