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5화) 에필로그 : "자동문의 작별 인사"
7년간 24시간 열려있던 편의점의 폐점. 수만 번 열리고 닫히며 모든 이들을 맞이하고 배웅했던 자동문의 마지막 인사. "띠리링" 소리와 함께 사라지는 작은 세계
job239.com 연재소설
나는 7년간 열렸다 닫혔다
나는 자동문이다.
폭 1.2미터. 높이 2미터. 강화유리.
2018년 3월 15일, 이 편의점이 개업하던 날 설치되었다.
그날부터 지금까지 7년.
나는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다.
하루 평균 500번 열리고 닫혔다.
7년이면... 계산해보니 약 128만 번.
128만 번의 "띠리링" 소리.
128만 번의 만남과 이별.
그리고 오늘.
2025년 2월 28일.
이 편의점이 문을 닫는다.
나의 마지막 날이다.
처음 열렸던 날
사장이 나를 처음 작동시켰다.
센서가 켜졌다. 모터가 돌아갔다.
그리고 나는 처음으로 열렸다.
"띠리링~"
스피커에서 경쾌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오, 잘 되네!"
사장이 웃으며 말했다.
그날, 첫 손님이 들어왔다.
70대 할머니.
"어머, 여기 새로 생겼네?"
"네, 오늘 오픈했습니다!"
할머니는 바나나우유 하나를 샀다.
그리고 나가면서 중얼거렸다.
"문이 저절로 열리네. 신기하네."
나는 그때 몰랐다.
앞으로 7년간,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될지.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목격하게 될지.
그리고 언젠가, 마지막 날이 올 거라는 것도.
자동문의 일과
나의 하루는 패턴이 있다.
오전 6시~9시: 출근길 손님들. 서둘러 들어와서 커피와 김밥을 사고 뛰쳐나간다. 나는 빠르게 열리고 닫힌다.
오전 9시~오후 5시: 평온한 시간. 주부, 노인, 학생들이 천천히 들어온다. 나도 여유롭게 움직인다.
오후 5시~밤 11시: 퇴근길 손님들. 술, 안주, 도시락. 무거운 발걸음으로 들어와서, 더 무거운 마음으로 나간다.
밤 11시~새벽 6시: 가장 조용하지만, 가장 의미 있는 시간. 갈 곳 없는 사람들, 외로운 사람들, 절박한 사람들이 온다.
7년간 같은 패턴이 반복되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항상 달랐다.
같은 시간에 와도, 같은 물건을 사도, 모두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나는 누구도 거부하지 않았다
자동문의 원칙은 단순하다.
센서가 감지하면 열린다.
키가 크든 작든, 부자든 가난하든, 깨끗하든 더럽든.
센서 앞에 서면, 나는 열린다.
CEO도 왔고, 노숙인도 왔다.
나는 둘 다 똑같이 맞이했다.
"띠리링~"
같은 소리, 같은 속도, 같은 환대.
어느 겨울 밤, 누더기를 입은 노인이 왔다.
그는 입구 앞에서 망설였다.
들어가도 될까, 쫓겨나지 않을까.
나는 센서로 그를 감지하고 열렸다.
"띠리링~"
그는 놀란 표정으로 들어왔다.
"...들어가도 되는구나."
나는 말할 수 없지만, 그에게 전하고 싶었다.
"당신은 환영받습니다."
자동문이 본 인간의 걸음걸이
나는 문이다. 그래서 나는 항상 걸음걸이를 본다.
사람의 걸음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빠른 걸음: 급하다. 시간에 쫓긴다. 출근 지각, 약속 시간.
느린 걸음: 피곤하다. 퇴근길, 나이 든 사람, 아픈 사람.
비틀거리는 걸음: 술에 취했다. 새벽 2시의 단골들.
망설이는 걸음: 두렵다. 돈이 부족한 사람, 들어가기 미안한 사람.
뛰는 걸음: 절박하다. 급한 용무, 택배 기사, 응급 상황.
나는 7년간 수십만 개의 걸음을 봤다.
그리고 깨달았다.
걸음걸이는 인생의 속도다.
띠리링, 그 소리의 의미
나를 통과할 때마다 나는 소리를 낸다.
"띠리링~"
사람들은 이 소리를 당연하게 여긴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이 소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 소리는 환영이다.
"어서 오세요. 여기는 당신을 받아줍니다."
이 소리는 작별이다.
"안녕히 가세요. 다시 만나요."
이 소리는 증명이다.
"당신이 여기 있었습니다. 당신은 존재합니다."
어느 날 밤, 한 여자가 들어왔다.
"띠리링~"
그녀는 멈췄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며 중얼거렸다.
"...이 소리 참 좋다. 누가 날 반겨주는 것 같아."
나는 그때 깨달았다.
나의 "띠리링"은 단순한 알람이 아니라,
외로운 사람들에게 보내는 인사라는 걸.
고장 났던 날
3년 전 여름, 나는 고장이 났다.
센서가 오작동했다.
사람이 와도 열리지 않았다.
손님들이 당황했다.
"어? 왜 안 열려?"
손으로 밀어야 했다.
"띠리링" 소리도 나지 않았다.
알바생이 입구에 종이를 붙였다.
"자동문 고장. 손으로 열어주세요."
그날, 나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나는 당연한 존재가 아니었구나.
사람들은 내가 자동으로 열리는 걸 당연하게 여겼다.
하지만 내가 멈추자, 그제야 불편해했다.
다음 날, 수리 기사가 왔다.
센서를 교체하고, 모터를 점검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작동했다.
"띠리링~"
"오, 고쳤네!"
사람들은 다시 당연하게 지나갔다.
나는 배웠다.
좋은 것들은 항상 당연하게 여겨진다.
그리고 없어지고 나서야 그리워진다는 것도.
폐점 공고
한 달 전, 사장이 공지를 붙였다.
"2025년 2월 28일 폐점합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했다.
적자.
근처에 대형 편의점이 생기면서 손님이 줄었다.
임대료는 올랐고, 매출은 떨어졌고,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단골손님들이 아쉬워했다.
"여기 없어지면 불편한데..."
"새벽에 여기밖에 없었는데..."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세상은 경제 논리로 돌아간다.
나는 그 공고를 보며 생각했다.
'아, 나도 곧 사라지는구나.'
마지막 한 달
폐점까지 한 달.
나는 매일 손님들을 맞이했다.
평소와 똑같이 "띠리링" 소리를 냈다.
하지만 마음은 달랐다.
'이 사람이 마지막 손님일까?'
'이 소리가 마지막 "띠리링"일까?'
모든 순간이 작별처럼 느껴졌다.
7년간 매일 보던 단골들.
새벽 1시의 술 취한 남자.
새벽 2시의 가출 소녀.
새벽 3시의 노인.
새벽 4시의 배달 라이더.
그들은 여전히 왔다.
하지만 조금씩 달라졌다.
들어올 때 나를 쳐다봤다.
나갈 때 문을 만졌다.
"...고마웠어, 편의점."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들었다.
마지막 날
2025년 2월 28일.
오늘이 마지막 날이다.
편의점은 밤 12시에 문을 닫는다.
오후부터 단골손님들이 몰려왔다.
"마지막이라니 아쉽네요."
"여기 정말 자주 왔었는데..."
사장은 모든 상품을 반값에 팔았다.
"가져가세요. 어차피 다 버릴 거예요."
밤 10시.
손님이 점점 줄어들었다.
11시.
마지막 손님들이 하나둘 나갔다.
"안녕히 계세요."
"띠리링~"
11시 50분.
편의점은 텅 비었다.
사장과 알바생만 남았다.
마지막 손님
11시 55분.
누군가 들어왔다.
"띠리링~"
새벽 1시의 그 남자였다.
7년간 술 취해서 의자에 앉아 있던 그 사람.
오늘은 술을 안 마신 것 같았다.
그는 편의점을 천천히 둘러봤다.
텅 빈 진열대, 꺼진 냉장고, 빨간 의자.
그리고 나에게 다가왔다.
그는 자동문을 손으로 만졌다.
"...7년이었네."
사장이 물었다. "아시는 분이세요?"
"아뇨. 그냥... 자주 왔었어요. 밤마다."
그는 나를 보며 중얼거렸다.
"이 문 소리 들으면 왠지 안심됐어요."
"띠리링 하는 소리."
"'아, 여기는 날 받아주는구나' 싶었죠."
그는 마지막 인사를 했다.
"고마웠어요, 편의점."
그리고 나갔다.
"띠리링~"
나는 그에게 대답하고 싶었다.
"저도 고마웠어요. 당신을 만나서."
자정, 마지막 순간
11시 59분.
사장이 문 앞에 섰다.
"자, 이제 끝이네."
알바생이 눈물을 훔쳤다.
"사장님... 여기서 일한 거 좋았어요."
"나도. 수고했어."
12시 정각.
사장이 내 전원을 껐다.
센서가 꺼졌다.
모터가 멈췄다.
더 이상 나는 자동으로 열리지 않는다.
더 이상 "띠리링" 소리도 나지 않는다.
사장이 수동으로 나를 닫았다.
철컥.
그리고 밖에서 자물쇠를 채웠다.
전등이 꺼졌다.
7년 만에 처음으로, 편의점은 어둠에 잠겼다.
나도 잠들었다.
다음 날 아침
다음 날 아침, 사람들이 지나갔다.
"어? 여기 문 닫았네?"
"아, 어제 폐점했대."
"그래? 불편한데..."
하지만 그들은 곧 다른 편의점으로 갔다.
200미터 떨어진 곳에 새 편의점이 있으니까.
거기도 24시간이고, 거기도 자동문이고, 거기도 "띠리링" 소리가 난다.
나는 이해한다.
세상은 멈추지 않는다.
하나의 편의점이 사라져도, 사람들은 계속 산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이 작은 편의점이 누군가에게는 전부였다는 걸.
새벽에 갈 곳 없던 사람들에게,
배고픈데 돈 없던 사람들에게,
외로워서 불빛이 필요했던 사람들에게.
철거 전날 밤
일주일 뒤, 철거 공사가 시작된다.
철거 전날 밤, 누군가 편의점 앞에 섰다.
새벽 1시의 그 남자.
새벽 2시의 그 소녀.
새벽 3시의 그 노인.
새벽 4시의 그 라이더.
그들은 잠긴 문 앞에 서서, 한참 바라봤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서 있었다.
그리고 떠났다.
각자의 밤으로.
나는 문이었다
나는 자동문이다.
7년간, 128만 번 열리고 닫혔다.
나는 단순한 기계였지만,
누군가에게는 희망의 문이었다.
내가 열릴 때마다,
세상은 그들을 받아주었다.
내가 닫힐 때마다,
그들은 다시 세상으로 나갔다.
나는 경계였다.
안과 밖, 빛과 어둠, 따뜻함과 추위.
그 경계에서 나는 다리가 되었다.
이제 나는 철거될 것이다.
유리는 깨지고, 센서는 폐기되고, 모터는 고철이 될 것이다.
나의 "띠리링" 소리는 영원히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나는 7년간, 내 역할을 다했다.
문을 열었다. 누구에게나.
마지막 "띠리링"
만약 내가 다시 한 번 작동할 수 있다면,
마지막으로 이 말을 전하고 싶다.
"띠리링~"
"환영합니다."
"당신이 누구든, 어디서 왔든, 무엇을 가졌든."
"이 문은 항상 당신을 위해 열려 있었습니다."
"띠리링~"
"안녕히 가세요."
"당신의 앞길에 언제나 열린 문이 있기를."
"닫힌 문만 있지 않기를."
"띠리링~"
"고맙습니다."
"7년간 저를 지나쳐 준 모든 분들께."
"당신들이 있어서, 나는 문으로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침묵
철거 당일.
인부들이 나를 분해했다.
유리가 깨지는 소리.
금속이 찢어지는 소리.
하지만 "띠리링" 소리는 나지 않았다.
나는 이미 죽어 있었으니까.
편의점은 사라졌다.
그 자리에는 곧 고급 카페가 들어선다고 한다.
24시간 영업은 하지 않는다.
자동문도 없다. 직원이 직접 문을 연다.
그곳은 편의점이 아니다.
술 취한 사람, 가출한 소녀, 노숙인은 들어갈 수 없다.
그들에게 "띠리링"을 들려줄 문은 더 이상 없다.
나의 생각!
문은 열리기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열리지 않는 문이 너무 많다. 재산, 학벌, 외모, 지위로 사람을 걸러내는 문들. 24시 편의점의 자동문은 달랐다. 누구에게나 열렸다. 우리 사회에도 그런 문이 더 많아져야 한다. 조건 없이, 차별 없이, 언제나 열려 있는 문. 그것이 진정한 '환대'이고, '평등'이며, '희망'이다. 당신은 누군가에게 열린 문이 되어주고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