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옛날 추억의 "검정 고무신"(1~5화) - (2화) 학교 운동장의 영광

안녕하세요? '독거놀인'입니다.

(2화) 학교 운동장의 영광



체육 시간, 운동장에 울려 퍼지는 호각 소리. 검정 고무신은 철수와 함께 달리고, 뛰고, 넘어진다. 하지만 운동회 날, 새 운동화를 신은 아이들 사이에서 검정 고무신이 깨달은 것은 '속도'가 아니라 '의지'였다. 승부의 세계에서 가장 빛나는 건 무엇일까?


운동장의 주인공들

"차렷! 열중쉬어!"

체육 선생님의 우렁찬 목소리가 운동장을 울렸다. 아이들이 일렬로 섰다. 나는 철수의 발을 감싼 채 흙먼지 날리는 운동장을 내려다봤다.

여기, 운동장에서만큼은 우리 검정 고무신도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교실에선 공부 못하는 철수였지만, 운동장에선 달랐다. 녀석은 빨랐다. 그리고 나는, 그 빠른 발을 지탱하는 동반자였다.

"오늘은 50미터 달리기 측정! 준비!"

아이들이 출발선에 섰다. 프로스펙스를 신은 민수, 아식스를 신은 영호, 그리고 나를 신은 철수. 서로 다른 신발, 서로 다른 가격, 하지만 오직 하나의 목표. 결승선.

"출발!"

호각이 울렸다. 철수의 발이 땅을 박차고 튀어나갔다. 나는 지면과의 마찰을 최대한 줄이며 앞으로 나아갔다. 밑창이 얇은 게 이럴 땐 유리했다. 땅의 느낌을 생생히 전달할 수 있으니까.

바람이 얼굴을 스쳤고, 다른 아이들의 발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나는 철수의 발과 하나가 되어 달렸다. 그 순간, 나는 단순한 신발이 아니라 '날개'였다.


승리의 맛

"1등! 김철수!"

선생님이 외쳤다. 철수가 숨을 헐떡이며 웃었다. 나는 흙투성이가 된 채 철수의 발 아래서 자랑스러웠다. 우리가 해냈다. 500원짜리 검정 고무신과 가난한 집 아들이, 비싼 운동화를 신은 아이들을 이겼다.

민수는 입을 삐죽거렸다.

"뭐야, 재수 좋게. 다음엔 내가 이길 거야."

재수? 웃기는 소리. 철수는 매일 아침 신문 배달을 하며 골목을 뛰어다녔다. 민수가 따뜻한 이불 속에서 잠잘 때, 철수는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누가 더 많이 땅을 밟았는지, 누가 더 많이 달렸는지. 그건 신발이 제일 잘 안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달리기에서 이겨도, 철수는 여전히 단칸방에 살았고, 민수는 여전히 큰 집에 살았다. 승리의 기쁨은 짧았고, 현실은 길었다.


운동회의 비극

가을이 왔고, 학교 운동회가 열렸다. 학부모들이 운동장에 모였고, 아이들은 새 체육복을 입었다. 하지만 철수는 작년 체육복을 입었다. 소매가 짧아져 손목이 드러났다.

나 역시 낡았다. 밑창이 닳아 발바닥이 느껴질 정도였고, 옆구리는 찢어져 있었다. 철수 엄마는 접착제로 나를 붙여줬지만, 땀과 흙에 금방 벗겨졌다.

"엄마, 나도 새 운동화 사줘."

"...다음에. 다음에 사줄게."

다음은 오지 않았다. 다음은 언제나 '다음'일 뿐이었다.

운동회 날, 나는 철수와 함께 이어달리기에 나섰다. 우리 팀은 백조팀. 상대는 청룡팀. 철수는 마지막 주자였다.

"철수야, 잘해!"

영희가 소리쳤다. 바통이 철수에게 넘어왔다. 철수는 전력으로 달렸다. 나는 땅을 박차며 함께 뛰었다. 하지만...

탁!

접착제로 붙인 부분이 떨어졌다. 내 몸이 반쯤 벗겨졌고, 철수는 비틀거렸다. 그 순간, 청룡팀 주자가 철수를 추월했다.

"앗!"

철수는 신발을 다시 신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백조팀은 졌다. 나는 처음으로 '무력감'이라는 걸 느꼈다. 철수를 지키지 못한 신발. 나는 쓸모없었다.


책임과 자책

운동회가 끝난 뒤, 철수는 운동장 구석에 앉아 나를 내려다봤다. 찢어진 나, 벗겨진 밑창, 흙투성이 몸. 철수는 한숨을 쉬었다.

"...미안해."

철수가 나에게 말했다. 나는 놀랐다. 내가 미안해야 하는 건데, 왜 철수가 사과하는 거지?

"내가 새 신발 사달라고 할걸. 네가 찢어져서 우리가 진 거야."

아니야, 철수야. 네 잘못이 아니야. 나는 원래 500원짜리 검정 고무신이야. 언젠간 찢어질 운명이었어. 네가 나를 얼마나 아껴 신었는데. 접착제로 붙여가며 신었는데.

하지만 나는 말할 수 없었다. 신발은 말이 없다. 그저 묵묵히 발을 감쌀 뿐이다. 나는 철수의 따뜻한 손에 들려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 밤, 철수 엄마는 바늘과 실로 나를 꿰맸다. 서툰 손길이었지만, 그 한 땀 한 땀에 애정이 담겨 있었다.

"이걸로 조금만 더 신어라. 곧 새 거 사줄게."

거짓말이라는 걸 모두가 알았다. 하지만 아무도 그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가난한 집의 위로는 그렇게 거짓말로 포장된다.


진짜 승리란

다음날, 철수는 다시 나를 신고 학교에 갔다. 꿰맨 자국이 울퉁불퉁했지만, 나는 여전히 철수의 발을 감쌌다.

체육 시간, 선생님이 말했다.

"철수야, 어제 이어달리기 아쉬웠지? 하지만 네가 끝까지 뛴 거, 선생님은 봤다. 그게 진짜 운동 정신이야."

철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승리는 1등을 하는 게 아니라, 끝까지 달리는 것이구나. 찢어진 신발을 신고도,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달리는 것. 그게 진짜 이기는 거구나.

운동장 한편에서 민수가 새 운동화 끈을 묶고 있었다. 반짝이는 새 신발. 하지만 나는 알았다. 저 신발은 '사랑'을 모른다. 바늘과 실로 꿰매지는 경험, 접착제로 붙여지는 절박함,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달리는 의지.

나는 낡았지만, 철수와 함께 많은 걸 배웠다. 그리고 그게 나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나의 생각!

진짜 승리는 결승선을 먼저 통과하는 게 아니라, 찢어진 신발을 신고도 끝까지 달리는 데 있다. 세상은 1등만 기억하지만, 정작 삶은 '포기하지 않은 자'를 더 오래 기억한다. 당신의 신발이 찢어졌다면, 그건 당신이 그만큼 열심히 달렸다는 증거다. 꿰매서라도 다시 신고 달려라. 그게 진짜 이기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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