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옛날 추억의 "검정 고무신"(1~5화) - (4화) 짝퉁들의 등장과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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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짝퉁들의 등장과 위기




1980년대, 시장에 짝퉁 나이키가 넘쳐난다. 검정 고무신은 '진짜'와 '가짜'의 경계에서 고민한다. 1000원짜리 가짜 나이키를 신은 아이들과, 여전히 검정 고무신을 신은 철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가? 상표인가, 아니면 함께한 시간인가?



변화의 바람

1980년대가 왔다. 철수는 중학생이 됐고, 나는 이미 3년째 철수의 발을 감싸고 있었다. 밑창은 세 번 갈았고, 옆구리는 수없이 꿰맸다. 나는 이제 원래의 나인지, 수선된 나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였다.

골목이 변했다. TV에선 '프로야구'가 시작됐고, 동네엔 '비디오 가게'가 생겼다. 그리고 시장엔... 짝퉁들이 넘쳐났다.

"나이키 운동화! 천 원! 천 원!"

행상 아저씨가 외쳤다.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나이키 마크가 찍힌(어딘가 삐뚤어진) 운동화들이 좌판에 가득했다. 진짜 나이키는 만 원이 넘었지만, 짝퉁은 천 원이었다.

민수는 진짜 나이키를 샀다. 명동 백화점에서. 영호는 짝퉁을 샀다. 시장 좌판에서. 그리고 철수는... 여전히 나를 신었다. 검정 고무신을.


진짜와 가짜

학교 운동장에서 나는 그들을 봤다. 진짜 나이키와 짝퉁 나이키. 겉모습은 비슷했다. 둘 다 하얀색이었고, 둘 다 마크가 있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달랐다.

진짜는 깔끔했다. 바느질이 정교하고, 색이 균일했다. 짝퉁은 어딘가 어설펐다. 마크가 삐뚤고, 접착제가 삐져나왔다.

하지만 멀리서 보면 누가 알겠는가.

영호가 짝퉁을 신고 으스댔다.

"나 나이키 샀어!"

"오, 진짜?"

"응!"

거짓말이었다. 아니, 반쯤 진실이었다. 영호는 '나이키처럼 생긴 무언가'를 샀다. 하지만 그걸 '나이키'라고 불렀다. 그리고 아무도 반박하지 않았다. 왜? 모두가 가난했으니까.

나는 혼란스러웠다. 나는 '정직한' 검정 고무신이다. 나는 나이키인 척하지 않는다. 나는 그냥 500원짜리 검정 고무신이다. 하지만 짝퉁들은 다르다. 그들은 '무언가인 척'한다.

그게 나쁜 건가? 아니면 생존 전략인가?


철수의 선택

어느 날, 철수 엄마가 천 원을 쥐여줬다.

"신발 사라. 네가 고르고 싶은 거."

철수는 시장으로 갔다. 나는 철수의 손에 들려 함께 갔다. 좌판에는 온갖 신발들이 널려 있었다.

  • 검정 고무신: 500원
  • 짝퉁 나이키: 1000원
  • 짝퉁 아디다스: 1200원

철수는 짝퉁 나이키를 집어 들었다. 나는 긴장했다. 아, 드디어 나를 버리는구나. 3년을 함께했지만, 결국 나는 버려지는구나.

"아저씨, 이거 얼마나 가요?"

"한 달? 두 달? 글쎄, 운 좋으면 석 달?"

"...진짜 고무신은요?"

"그건 일 년도 가지. 튼튼해."

철수는 한참을 고민했다. 그리고 결정했다.

"아저씨, 검정 고무신 주세요."

나는 놀랐다. 철수가 다시 나를, 검정 고무신을 선택한 것이다. 짝퉁 나이키 대신에.

"야, 철수야! 왜 또 그거 사? 나이키 살 수 있잖아!"

영호가 놀라 물었다. 철수는 웃으며 말했다.

"이게 더 오래 가잖아. 그리고... 나한테 맞아."


정체성의 문제

그날 밤, 나는 생각했다. 왜 철수는 나를 선택한 걸까?

짝퉁이라도 나이키를 신으면, 아이들 사이에서 '나이키 신은 애'로 통한다. 적어도 한두 달은. 하지만 검정 고무신을 신으면, 그냥 '가난한 애'다. 평생.

하지만 철수는 '가짜로 살기'보다 '진짜로 살기'를 택했다. 500원짜리 검정 고무신을 신은 가난한 중학생. 그게 철수의 정체성이었다. 창피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정직했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진짜'와 '가짜'의 차이는 상표가 아니라, 정직함에 있다는 것을. 짝퉁 나이키는 나이키인 척하지만, 나는 그냥 검정 고무신이다. 아무것도 아닌 척하지 않는다.

그게 나의 자존심이었다.


짝퉁의 말로

두 달 뒤, 영호의 짝퉁 나이키가 부서졌다. 밑창이 떨어져 나갔고, 옆구리가 찢어졌다. 수선도 할 수 없었다. 접착제로 붙인 부분이 전부 떨어져 버렸으니까.

"...제기랄."

영호는 짝퉁을 쓰레기통에 던졌다. 그리고 다시 시장에서 짝퉁을 샀다. 이번엔 짝퉁 아디다스. 1200원.

나는 그 짝퉁 나이키를 봤다. 쓰레기통 속에서 나를 올려다보는 그 신발을. 불쌍했다. 그 신발은 태어날 때부터 '가짜'였다. 진짜가 되고 싶었지만, 끝내 가짜였다. 그리고 아무도 그를 위해 슬퍼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나는 가짜가 아니다. 나는 진짜 검정 고무신이다. 500원의 가치를 가진, 정직한 신발이다. 그리고 철수는 나를 3년째 신고 있다. 수선하고, 꿰매고, 접착제를 발라가면서.

누가 더 가치 있는 신발인가? 두 달 가는 짝퉁 나이키인가, 아니면 3년 가는 검정 고무신인가?


브랜드의 덫

세상은 브랜드에 미쳤다. TV에선 광고가 쏟아졌다. 나이키, 아디다스, 프로스펙스, 르까프. "멋진 사람은 멋진 신발을 신는다." 그게 광고의 메시지였다.

하지만 진실은 이렇다. "멋진 신발을 신는다고 멋진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다."

영호는 짝퉁 나이키를 신어도 여전히 영호였다. 달리기도 느리고, 공부도 못하고, 그냥 평범한 중학생이었다. 신발은 사람을 바꾸지 못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믿고 싶어 한다. 신발이 자신을 바꿔줄 거라고. 천 원짜리 짝퉁이라도, 나이키 마크만 있으면 뭔가 달라질 거라고.

그건 환상이다. 아름답지만, 슬픈 환상이다.

철수는 그 환상을 거부했다. 그리고 현실을 택했다. 500원짜리 검정 고무신이라는 현실. 창피할 수도 있지만, 정직한 현실.

나는 철수가 자랑스러웠다.


나의 생각!

브랜드는 정체성을 팔지만, 정체성은 돈으로 살 수 없다. 짝퉁 나이키는 나이키인 척하다 두 달 만에 버려지지만, 정직한 검정 고무신은 3년을 간다. 중요한 건 '무엇을 신고 있느냐'가 아니라 '무엇으로 살아가느냐'다. 가짜로 화려하게 살 것인가, 진짜로 소박하게 살 것인가. 당신은 어떤 신발을 선택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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