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윈도 마네킹의 " 나의 하루 "(1~3화) - (마지막3화) 유리벽 너머의 진짜 모습

 

쇼윈도 마네킹의 " 나의 하루 "

(마지막 3화) 유리벽 너머의 진짜 모습


"나는 여전히 무표정했다. 하지만 이 유리벽 너머의 세상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진짜 감정들이 있었다. 웃음, 눈물, 사랑, 그리고 이별. 나는 이 모든 것을 보았다. 그리고 알았다. 진짜 삶은 옷이 아니라, 그 옷을 입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나는 하루에도 수십 번, 아니 수백 번씩 옷을 갈아입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나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그들은 그저 내가 입고 있는 옷, 그리고 그 옷을 입고 상상하는 자신만을 보았다. 나는 그렇게 화려한 껍데기 속에 갇힌 채, 유리벽 너머의 세상을 묵묵히 관찰했다.

어느 날 저녁,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거리였다. 젊은 남녀 한 쌍이 내 앞을 지나갔다. 남자는 여자에게 우산을 씌워주려 애썼고, 여자는 괜찮다며 남자를 밀어냈다. 그들의 표정은 굳어 있었고, 말소리는 빗소리에 섞여 들리지 않았다.

나는 그들의 모습에서 '이별'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남자는 여자에게, 여자는 남자에게 서로의 마음을 전하려 했지만, 빗속에서 그들의 말은 엇갈리기만 했다. 나는 그들이 결국 돌아설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말없이 걸어갔다. 

나는 그때 알았다. 진짜 마음은 말이 아니라, 잡고 있는 손에 담겨 있다는 것을.

나는 때때로, 사람들이 나를 보고 한심한 표정을 지을 때도 있었다. 

그들은 "저런 옷은 저런 마네킹이 입어야 예쁘지"라고 말했다. 

그들의 시선에는 스스로에 대한 불만족과 질투가 가득했다.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나는 밥 한 톨 먹지 않고,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아. 나는 당신처럼 땀을 흘릴 수도 없고, 마음껏 웃을 수도 없어. 당신의 몸에 새겨진 흉터와 주름은 살아온 세월의 흔적이고, 그 어떤 명품 옷보다도 가치 있는 것들이야. 

당신은 당신 자체로 충분히 아름다워.'

물론, 나는 입이 없으니 속으로만 말할 수밖에 없었다.

밤이 깊어지자, 거리에는 인적이 드물어졌다. 나는 홀로 쇼윈도를 지키며 고요한 밤거리를 바라보았다. 그때, 한 노부부가 내 앞을 지나갔다. 할아버지는 지팡이를 짚고 있었고, 할머니는 그런 할아버지의 손을 꼭 잡고 천천히 걸어가셨다. 

그들의 옷은 화려하지 않았고, 그들의 발걸음은 느렸다. 나는 그들의 모습에서 '사랑'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그들의 사랑은 젊은 연인들의 뜨거운 사랑과는 달랐다. 억지로 멋을 부리지 않았고, 조급하게 서두르지 않았다. 그들의 사랑은 서로의 주름을 보듬어주고, 묵묵히 곁을 지켜주는 편안함이었다.

나는 그날 밤, 많은 것을 배웠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옷에 있지 않고, 삶에 있다는 것을. 화려한 옷을 입지 않아도, 비싼 가방을 들지 않아도, 사람들의 삶은 그 자체로 의미 있고 아름답다는 것을. 

나는 그저 쇼윈도 안의 허울뿐인 마네킹이었지만, 유리벽 너머의 사람들을 보며 진정한 삶의 가치를 깨달았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옷을 뽐내는 존재가 아니었다. 나는 삶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무언의 기록자가 된 것이다. 그렇게 나의 하루는 저물고, 나는 다음날 아침, 또다시 새로운 이야기를 기다렸다.


여러분! "여러분은 누군가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화려한 겉모습만 뽐내는 마네킹인가요, 아니면 함께 삶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진정한 동반자인가요? 여러분의 삶에서 가장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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