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동네 큰 느티나무의 " 나의 하루 "(1~3화)
(마지막3화) 별이 뜨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그리고 다시 피어나는 희망
"밤이 깊어야 별이 더 잘 보이는 법. 사람 마음도 그렇다네."
붉은 노을이 서산을 물들이고, 하루 종일 땀 흘린 논밭이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저녁 무렵. 시끄럽던 매미 소리 대신, 풀벌레들의 합창이 시작됩니다. 닭들은 홰에 올라 졸고, 강아지들은 꾸벅꾸벅 졸다가도 인기척에 "으르렁" 하고 얕은 소리를 내지요. 낮 동안 온갖 이야기와 소란으로 가득했던 내 아래 평상은 서서히 고요를 찾아갑니다.
하지만 이 고요함이 곧 '이야기의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밤이 되면 낮에는 감춰두었던 솔직한 마음들이 별빛처럼 하나둘 떠오르곤 하니까요.
어둑어둑해질 무렵, 내 아래 벤치에 김 영감과 박 씨 할머니가 나란히 앉아 계십니다. 낮에는 그렇게 서로 으르렁대고 투닥거리더니, 밤이 되니 조용히 하늘만 바라보고 계시네요.
"영감, 오늘 밭일 힘들었지? 저녁은 잘 챙겨 먹었나 모르겄네." 박 씨 할머니의 목소리에서 낮의 날카로움은 온데간데없고, 잔잔한 걱정이 묻어납니다.
"허허, 당신도 힘들었을 텐데. 이제 그만 잔소리하고 들어가서 쉬세." 김 영감의 퉁명스러운 대답 속에도 무뚝뚝한 애정이 스며있습니다. 나는 그들의 모습에서 오랜 세월 함께한 부부의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다시금 깨닫습니다. 마치 내 굵은 두 줄기 뿌리가 땅속에서 서로 얽혀 있듯이, 그들의 삶도 깊이 연결되어 있겠지요.
자정이 가까워질 무렵, 멀리서 헤드라이트를 밝힌 트럭 한 대가 덜컹거리며 나타납니다. 읍내 시장에서 장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장 씨 부부의 트럭입니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이지만, 부부는 서로를 보며 환하게 웃습니다.
"오늘 장사 잘됐어? 애들 학비는 벌었어?" "그럼! 당신이 옆에서 힘이 돼주는데 뭘 못 벌겠어!"
나는 그들의 대화 속에서 삶의 고단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작은 기적을 봅니다. 도시에 사는 이들이 '경쟁'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밀어낼 때, 시골 사람들은 '함께'라는 이름으로 서로의 짐을 나누어지고 살아갑니다. 밤하늘의 별들이 부부의 웃음소리에 화답하듯 더욱 반짝입니다.
가장 깊은 밤에는, 가끔 술에 취한 이장님이 내게 기대어 한숨을 쉬곤 합니다. 낮에는 그토록 위세 등등하던 양반이, 밤에는 그저 외로운 한 인간일 뿐입니다.
"아이고, 느티나무야… 이놈의 마을 사람들, 왜 그리 뜻대로 안 움직이는지 모르겄다!
내가 얼마나 애쓴다고… 흑흑." 그는 내 거친 둥치를 잡고 훌쩍이며 하루의 서러움을 토해냅니다. 나는 그의 술주정을 묵묵히 들어줍니다. '이장님,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리 쉽게 움직이는 게 아니랍니다.
당신도 나처럼 500년쯤 이 자리에 서서 사람들을 보시오.
그러면 알게 될 겁니다.' 나는 밤바람을 보내 그의 뜨거워진 얼굴을 식혀줍니다. 어차피 내일 아침이면 그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할 테고, 다시 활기찬 모습으로 마을 사람들을 이끌 테니까요.
완전히 모든 소리가 잠든 후에야, 비로소 나는 오롯이 나 자신과 밤의 대화를 나눕니다. 밤하늘의 별들은 내게 우주의 무한한 지혜를 속삭여주고, 달은 나의 잎사귀 위로 은빛 눈물을 흘려줍니다. 나는 그 시간 동안 낮 동안 쌓인 모든 인간들의 감정을 정화하고, 다시금 내일 아침 그들을 품어줄 힘을 얻습니다. 나의 뿌리는 땅속 깊이 박혀 이 마을의 모든 생명들과 연결되어 있고, 나의 가지는 하늘을 향해 뻗어 우주의 기운을 받습니다.
나는 500년 넘는 세월 동안 변함없이 이 자리에 서서 수많은 생명들의 탄생과 소멸을 지켜보았습니다.
어떤 존재도 영원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계속되고, 희망은 언제나 다시 피어난다는 것을 압니다.
저 동쪽 하늘이 다시 붉게 물들 때,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고, 또 다른 이야기가 나를 찾아올 테니까요.
[에필로그] 그래도, 다시 아침은 온다
"내일의 당신에게, 나의 가장 푸른 잎사귀를 선물하오."
밤의 장막이 걷히고 여명이 동쪽 하늘을 옅은 주홍빛으로 물들일 때쯤, 나는 비로소 긴 호흡을 내쉽니다. 또 하나의 하루가 가고,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되는 경이로운 순간입니다.
지난 하루 동안 내게 머물렀던 수많은 이야기와 감정들은 밤사이 이슬이 되어 내 잎사귀 끝에 대롱대롱 매달렸다가, 아침 햇살과 함께 공기 중으로 흩어집니다.
슬픔도, 기쁨도, 분노도, 환희도 그렇게 자연의 순리대로 흘러가는 것이지요.
5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나는 수없이 많은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어떤 아침은 전쟁의 포화 속에서 피비린내와 함께 시작되었고, 어떤 아침은 나라 잃은 백성들의 통곡 소리로 가득했습니다. 또 어떤 아침은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축복하는 환희로 빛났고, 어떤 아침은 그저 평범하고 소박한 사람들의 소소한 행복으로 가득했지요.
그 모든 시간을 겪으며 내가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은 반드시 온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아침은 언제나 우리에게 다시 시작할 기회를 준다는 사실입니다.
어제 넘어져 무릎이 깨졌다면, 오늘 새살이 돋아날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이 아침의 힘입니다.
내 아래를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아, 부디 잊지 마시오. 당신의 하루가 때로는 버겁고, 때로는 억울하고, 때로는 한없이 외로울지라도, 당신은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이 늙은 느티나무가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당신의 쉼터가 되어주고, 당신의 내일을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러니 힘을 내시오. 고개를 들어 나를 보시오. 나는 오늘도 당신을 위해 가장 푸른 잎사귀를 피워내고, 가장 시원한 그늘을 만들고, 가장 따스한 햇살을 모아 당신의 머리 위로 뿌려줄 준비가 되어 있소. 당신의 하루하루가 모여 당신의 인생이라는 아름다운 나이테를 만들어갈 테니, 뚜벅뚜벅 당신의 길을 걸어가시오.
자, 이제 나도 새로운 하루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오늘은 또 어떤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나를 찾아올까요? ㅎㅎㅎ 이 '오지라퍼' 느티나무의 하루는, 오늘도 당신과 함께 시작됩니다.
나의 생각!
우리 모두는 느티나무 아래에서 각자의 밤을 보냅니다. 어떤 밤은 외로움과 고독으로 가득하고, 어떤 밤은 후회와 자책으로 잠 못 이루게 하며, 또 어떤 밤은 희망과 기대감으로 설레기도 합니다. 낮에는 드러내지 못했던 우리의 진심과 약점, 그리고 꿈들이 바로 이 밤이라는 시간에 별빛처럼 떠오르곤 합니다.
느티나무는 말합니다. 밤이 깊어야 비로소 별이 더 잘 보이는 것처럼, 우리의 삶도 어둠 속에서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발견할 때가 많다고요. 고통과 시련의 밤을 통해 우리는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며, 더 단단한 존재로 성장합니다.
잊지 마세요. 어떤 밤이 찾아오더라도, 아침은 반드시 다시 찾아옵니다. 그리고 새로운 아침은 언제나 우리에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여러분의 지난 밤이 어떠했든, 새로운 해가 뜨는 순간, 여러분에게는 또 다른 희망의 씨앗이 주어집니다.
어둠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는 별처럼, 여러분의 마음속에도 늘 희망의 별이 빛나고 있습니다. 그 별을 따라 뚜벅뚜벅 여러분의 길을 걸어가세요. 이 늙은 느티나무는 언제나 여러분의 밤을 지켜주고, 여러분의 아침을 축복할 것입니다.


깊고 푸른 밤, 이야깃 속 열정의 느티나무가 우뚝 서 있을 것은 언덕을 향해 달려가는 상상을~^^ 턱까지 닿은 숨이 잦아들 때까지 아름드리 나무 둥치에 기대어 가만 세상의 이야기를 들어요. 그 때 어디선가 불어오는 솔솔(부드럽고 가볍게 부는)바람, 화답하듯 오소소 너울거리는 나뭇잎들의 군무, 큰 나무가 만들어 준 안락한 쉼터에서 언덕 끝 지평선까지 흩뿌려진 별무리를 바라봅니다. 그 안에서 어둠을 사르고, 유독 빛나는 별 하나! 이제 상상 속 그림이 거의 완성되려는 찰라, 의식의 흐름은 자연스럽게, " 황가람이 부릅니다. '나는 반딧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모카가 좋아요님 안녕하세요? 역쉬~^^ 믖찌십니다.짝짝짝! 난 그냥 개똥벌레~~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