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시궁창으로의 초대
(The Monsoon of Misfortune)
"우리 인생, 마른하늘에 날벼락도 모자라 이젠 물벼락까지 맞을 판이군!"
밤이었다. 도시의 불빛은 여전히 휘황찬란했지만, 우리 낙엽들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우리는 그저 아스팔트 바닥에 납작 엎드려 밤바람의 위협에 떨고 있을 뿐이었다.
"젠장, 아까 그 '스틸 몬스터' 자식은 대체 뭘 먹고 다니는 거야? 아직도 잎맥이 저릿저릿하구먼." '갈'이 투덜거렸다.
"운이 좋았지, 이 친구야. 발에라도 밟혔으면 넌 이미 가루가 됐을 거야." '은행잎'은 여전히 삐딱한 자세로 대꾸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스틸 몬스터'의 그림자와 굉음이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듯했다. 내가 매달려 있던 '어머니 나무'의 가지는 얼마나 안전하고 평화로웠던가. 그곳에서 평생 광합성만 하며 살 수 있었다면...
그때, 하늘에서 차가운 물방울 하나가 내 잎사귀에 툭 떨어졌다.
"으아악! 이게 뭐야?!" 내가 소스라치게 놀라자 '은행잎'과 '갈잎'이 동시에 나를 쳐다봤다.
"이런, 올 것이 왔군." '은행잎'이 한숨을 쉬었다.
"이 빌어먹을 비! 또 시작이냐!" '갈잎'은 욕설을 내뱉었다.
두 방울, 세 방울... 곧이어 하늘에서는 수천 개의 작은 폭탄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빗방울은 사정없이 우리를 때렸다. 촉촉했던 내 잎맥은 순식간에 축축하게 젖어들었고, 몸은 점점 무거워졌다.
"빨리 몸을 웅크려!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이대로 쓸려갈 거야!" '은행잎'이 소리쳤다.
"쓸려간다고? 어디로?" 내가 묻자, '갈잎'은 절망적인 표정으로 저 멀리 어두운 아가리를 가리켰다.
"저기로... '시궁창'으로!"
나는 '갈잎'이 가리킨 곳을 보았다. 아스팔트 도로 가장자리에 길게 늘어선, 검고 거대한 입구. 그곳에서 음침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 '하수구'였다.
빗물은 점점 거세졌다. 도시의 아스팔트 위를 따라 거대한 물줄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그 물줄기에 휩쓸려갔다.
"젠장! 이대로 가면 끝장이야! 우리가 아무리 '물에 뜬다' 한들, 저 썩어빠진 시궁창으로 들어가면... 다시는 햇빛을 못 본다고!" '갈잎'이 패닉에 빠져 소리쳤다.
'은행잎'은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썼지만, 그의 잎맥도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방법을 찾아야 해! 저 화단 쪽으로 붙어봐! 흙으로 들어가면 그나마 괜찮을 거야!"
우리는 필사적으로 발버둥 쳤다. 작은 몸으로 거대한 물살에 대항하려니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물은 우리의 몸을 사정없이 밀어냈고, 서로에게 바싹 붙잡고 있던 잎자루가 끊어질 것만 같았다.
"못 가! 너무 빨라!" 내가 소리쳤다.
그때, 저 멀리 화단 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봐! 이쪽으로 와! 이리 오란 말이야!"
그들은 '화단파' 낙엽들이었다. 비록 그들은 보도블록파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들은 흙 위에 단단히 뿌리박고 (아니, 정확히는 흙에 완전히 착 달라붙어) 잎자루를 뻗어 우리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었다.
"저 놈들은 평생 편하게만 살아서 '물살'이 뭔지도 모를 거야!" '갈잎'이 투덜거렸지만, 그래도 그의 시선은 이미 화단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군! 가자!" '은행잎'이 소리치며, 필사적으로 몸을 돌려 화단 쪽으로 향했다.
나는 온몸에 힘을 주어 물살을 거슬렀다. 겨우겨우 '은행잎'과 '갈잎'을 따라 화단 쪽으로 몸을 돌렸다. 물살은 우리를 계속해서 하수구 쪽으로 잡아끌었지만, '화단파' 낙엽들이 내민 잎자루는 마치 구원의 동아줄처럼 보였다.
"서둘러! 더 이상은 못 버텨!"
간신히, 정말 간신히, 나는 화단파 낙엽의 잎자루를 붙잡을 수 있었다. 그들의 잎자루는 젖어서 미끄러웠지만, 나는 마지막 힘을 다해 매달렸다. '은행잎'과 '갈잎'도 간신히 화단파의 도움을 받아 흙 위로 몸을 피했다.
온몸은 비에 젖고, 흙탕물이 튀었지만, 살았다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하수구 입구는 여전히 시커먼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지만, 우리는 그 지옥의 문턱에서 간신히 벗어날 수 있었다.
"젠장... 정말 지독한 비로군." '갈잎'이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은행잎'은 젖은 몸을 털며 씁쓸하게 웃었다. "이봐, 단풍 군. '시궁창'이 어떤 곳인지 대충 짐작이 가는가? 한 번 들어가면 다시는 못 나오는 곳이지.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야."
나는 젖은 몸을 웅크렸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이곳, '아스팔트 위의 세상'은 생존 그 자체였다. 그리고 나는, 이제야 비로소 내가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지 깨닫기 시작했다.
나의 생각!
삶은 예측 불가능한 폭풍의 연속입니다. 때로는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거대한 물살에 휩쓸려 위험한 곳으로 향하기도 합니다.
그때, 여러분은 혼자만의 힘으로 버티시겠습니까? 아니면, 평소에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구원의 손길'을 붙잡을 용기가 있으신가요?
여러분을 위험에서 구해줄 '화단파'는 누구인가요?


사무실 앞마당에 소복히 쌓여가는 가을 낙엽 때문에 골머리를 썩다가 어제 큰마음 먹고 대청소를 했어요. 이곳의 보도블록파에게 저는 스틸몬스터와 다를 게 없는 무시무시한 존재였겠네요ㅎㅎ 하루만 빨리 읽었더라면^^ 제가 요즘 하는 일 없이 바빠서..여유를 좀 가져야 겠어요!! 그런 의미로다 삐삐번호 좀 알려주세요, 작가님~
안녕하세요? 큰일 하셨네요? 저두 마당에 떨어져 이리저리 뒹구는 낙엽을 모아 태웠어요! "낙엽을 태우며" 라는 수필이 생각나네요! 학창시절 배웠던 듯 ^^ 낙엽 태우는 냄새가 참 좋더이다. 가을의 감상 할 틈도 없이, 모카가 좋아요님 처럼 또 일상의 일을 하느라 바빳네요 저도~!! 다음엔 꼭 가을의 정취와 갬성에 빠져 봅~시다!!^^